‘마시멜로 실험’이라는 오래된 심리학 실험이 있다. 교사의 말에 따라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린 4세 아이들이 교사의 말을 듣지 않고 마시멜로를 바로 먹어버린 아이들보다 15년 뒤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내용이다. 이는 자기 통제력이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자기 통제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는 걸까. 올해 1월 미국 웨슬리언대 연구진은 교사가 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행동과 같은 따뜻한 ‘터치’가 학생의 자기 통제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터치의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엄마가 아기의 얼굴을 만져주거나 등을 쓰다듬으면 아기의 스트레스 호르몬은 줄어드는 반면 뇌 신경세포는 증가한다는 분석이 있다. 어른의 경우에는 수술을 앞두고 간호사가 손을 꼭 잡아주면 긴장이 풀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터치는 다른 사람에게 애정과 안도감 등 따뜻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이런 이유로 피부는 ‘사회적 기관’이라고도 불린다.
그렇다고 모든 터치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숟가락을 쥐거나 책상을 짚을 때는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다. 과학학술지 ‘뉴런’ 21일자에는 피부 바로 아래에서 감각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그 이유로 지목됐다.
피부에는 여러 수용체가 있다. 이 중에는 감정을 생성하는 CT수용체가 있고, 물체를 인식하기만 하는 에이베타(Aβ)수용체가 있다. 즉 CT수용체가 인지한 촉감만이 감정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CT수용체는 초속 1∼10cm의 촉감을 가장 잘 느끼고,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37도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Aβ수용체는 속도가 빠를수록 촉감을 잘 느끼고, 온도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을 때는 CT수용체가 반응해 뇌에서 감정을 관장하는 도피질로 신호를 보내지만, 숟가락을 잡을 때는 Aβ수용체가 뇌에서 감각을 인지하는 부위(SⅠ, SⅡ)로 신호를 보낸다.
특히 CT수용체는 피부에서 털이 난 부위에만 있다. 손바닥이나 발바닥처럼 털이 없는 부위에는 CT수용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손바닥과 발바닥을 만져주는 행동은 감정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털이 있는 포유류라면 모두 모근에 CT수용체가 감겨 있다. 동물도 서로 쓰다듬으며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셈이다. 원숭이의 경우 서로 털을 다듬어 주는 행동을 종종 하는데, 이는 위생적인 측면 외에 애정과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주인이 반려견의 털을 만져주면 개가 주인에게 애착을 느끼는 이유도 털 아래 있는 CT수용체 때문이다.
CT수용체를 활용하면 다른 사람과 감정을 나누는 데 어려움을 겪는 자폐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논문 저자인 프랜시스 맥글론 영국 리버풀존무어대 박사는 “자폐증 환자의 경우 CT수용체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진 만큼 CT수용체를 치료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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