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의 힘… 머리 쓰다듬어주면 더 열심히 공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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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 모근 ‘CT수용체’의 비밀

엄마가 아기를 따뜻한 손길로 만져주면 아기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들게 된다. 동아일보DB
엄마가 아기를 따뜻한 손길로 만져주면 아기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들게 된다. 동아일보DB
‘마시멜로 실험’이라는 오래된 심리학 실험이 있다. 교사의 말에 따라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린 4세 아이들이 교사의 말을 듣지 않고 마시멜로를 바로 먹어버린 아이들보다 15년 뒤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내용이다. 이는 자기 통제력이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자기 통제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는 걸까. 올해 1월 미국 웨슬리언대 연구진은 교사가 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행동과 같은 따뜻한 ‘터치’가 학생의 자기 통제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터치의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엄마가 아기의 얼굴을 만져주거나 등을 쓰다듬으면 아기의 스트레스 호르몬은 줄어드는 반면 뇌 신경세포는 증가한다는 분석이 있다. 어른의 경우에는 수술을 앞두고 간호사가 손을 꼭 잡아주면 긴장이 풀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터치는 다른 사람에게 애정과 안도감 등 따뜻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이런 이유로 피부는 ‘사회적 기관’이라고도 불린다.

그렇다고 모든 터치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숟가락을 쥐거나 책상을 짚을 때는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다. 과학학술지 ‘뉴런’ 21일자에는 피부 바로 아래에서 감각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그 이유로 지목됐다.

피부에는 여러 수용체가 있다. 이 중에는 감정을 생성하는 CT수용체가 있고, 물체를 인식하기만 하는 에이베타(Aβ)수용체가 있다. 즉 CT수용체가 인지한 촉감만이 감정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CT수용체는 초속 1∼10cm의 촉감을 가장 잘 느끼고,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37도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Aβ수용체는 속도가 빠를수록 촉감을 잘 느끼고, 온도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을 때는 CT수용체가 반응해 뇌에서 감정을 관장하는 도피질로 신호를 보내지만, 숟가락을 잡을 때는 Aβ수용체가 뇌에서 감각을 인지하는 부위(SⅠ, SⅡ)로 신호를 보낸다.

특히 CT수용체는 피부에서 털이 난 부위에만 있다. 손바닥이나 발바닥처럼 털이 없는 부위에는 CT수용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손바닥과 발바닥을 만져주는 행동은 감정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털이 있는 포유류라면 모두 모근에 CT수용체가 감겨 있다. 동물도 서로 쓰다듬으며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셈이다. 원숭이의 경우 서로 털을 다듬어 주는 행동을 종종 하는데, 이는 위생적인 측면 외에 애정과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주인이 반려견의 털을 만져주면 개가 주인에게 애착을 느끼는 이유도 털 아래 있는 CT수용체 때문이다.

CT수용체를 활용하면 다른 사람과 감정을 나누는 데 어려움을 겪는 자폐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논문 저자인 프랜시스 맥글론 영국 리버풀존무어대 박사는 “자폐증 환자의 경우 CT수용체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진 만큼 CT수용체를 치료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
#마시멜로실험#터치#CT수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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