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여성 다이어트, 건강에 더 해롭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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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불균형-호르몬 이상 초래… 생리불순 등 각종 질환 일으켜
사망확률도 과체중보다 2.8배 높아

여대생 이현수(가명·23) 씨는 키 172cm, 몸무게 54kg, 체질량지수(BMI) 18.2의 저체중. 주변으로부터 ‘미스코리아급 몸매’로 통하는 그의 몸매 관리 비결은 365일 쉬지 않는 다이어트다. 하루 한 끼 식사는 기본이고 매일 밤 헬스장 트레드밀(러닝머신)에 몸을 싣는다. 올겨울부터는 지난 학기 내내 모은 아르바이트비 100만 원을 쏟아 부어 퍼스널트레이닝(PT)까지 시작했다.

이런 이 씨에게 석 달 전 갑작스러운 신체 변화가 찾아왔다. 생리가 갑자기 끊긴 것. 산부인과 의사는 무리한 다이어트가 주범이라며 “식사량을 많이 늘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 씨는 “뚱보였던 내가 살을 빼고 나서야 사람대접을 받기 시작했다”며 “다이어트를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조영규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2007∼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5∼29세 저체중(BMI 18.5 이하) 성인 남녀 690명을 조사한 결과 저체중 여성 4명 중 1명꼴(25.4%)로 최근 1년간 다이어트를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체중 남성(8.1%)보다 3배 이상으로 높은 수치. 여성이 남성에 비해 체중에 민감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저체중 여성이 다이어트를 시도한 원인으로는 ‘더 나은 외모를 위해서’라는 응답이 69.2%로 가장 많았다. 이어 △건강 증진 27.1% △질병 관리 3.7% 순이었다. 반면 남성은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다이어트를 했다는 응답이 50.4%로 가장 많았다. 더 나은 외모를 꼽은 응답은 6.4%에 불과해 체중 조절의 목적도 성별로 크게 엇갈렸다.

하지만 마른 사람의 다이어트는 건강에 매우 해롭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 교수는 “저체중은 골다공증, 심폐질환, 정신병 등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성을 높인다. 마른 체형에 대한 환상과 왜곡된 인식이 여성들의 다이어트 중독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여성의 무리한 다이어트는 영양 불균형과 호르몬 이상을 초래해 생리불순, 빈혈, 위장장애, 수족냉증 등 각종 질환을 야기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저체중이 사망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이 2011년 발표한 일본 중국 등 ‘아시아 7개국 코호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BMI가 15 이하인 초저체중 사람의 사망률은 BMI 23 이상의 과체중인 사람보다 무려 2.8배나 높았다. 당시 연구를 진행했던 유근영 교수는 “저체중이 비만보다 오히려 위험하다는 것이 수치로 증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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