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개구리처럼 겨울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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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신년호 ‘겨울잠’ 기획
인체 안에 동면회로 존재… 특정 물질로 ‘스위치’켜면 겨울잠 가능

펑펑 내리는 눈,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이런 혹독한 날씨를 피하기 위해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많다. 그렇다면 사람도 개구리나 다람쥐, 곰처럼 겨울잠을 잘 수 있을까.

○ 사람도 겨울잠 유전자 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대체로 덩치가 작다. 체구가 작기 때문에 체온 유지를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겨울에는 먹잇감도 부족하고 먹이를 구하러 돌아다니다가는 얼어 죽거나 잡아먹히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겨울잠을 통해 포식자의 눈도 피하고, 체내 에너지 소비를 줄여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다.

반면 추운 지역에 사는 불곰, 흑곰, 반달가슴곰 등을 제외한, 따뜻한 지역에 살거나 비교적 몸집이 큰 포유류는 대부분 겨울잠을 안 잔다.

겨울잠을 자지 않는 포유류들은 ‘원래’ 겨울잠이 없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배리 러브그루브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대 생물과학부 교수는 “포유류의 겨울잠 능력은 원시 포유류부터 갖고 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우주기구(ESA)도 2007년 국제우주대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사람 몸 안에도 겨울잠 회로가 있지만 시작하는 단계에 필요한 유전자 발현만 억제된 상태”라고 언급했다.

인간도 겨울잠 능력은 있지만, 겨울잠을 자기 시작할 때 필수적인 아데노신 같은 물질이 대량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도메니코 투폰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교수팀은 쥐에 특정 물질을 주입해 겨울잠 회로를 켜는 실험에 성공해 올해 9월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쥐는 원래 겨울잠을 자지 않지만, 아데노신을 투입하자 체온과 물질대사, 심장박동, 호흡 수치가 낮아지고 주요 대사물질이 탄수화물에서 지질로 바뀌는 등 겨울잠에 빠질 때와 똑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관찰됐다.

○ 겨울잠으로 장거리 우주여행도 OK

사람의 겨울잠 스위치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장거리 우주여행은 물론이고 저체온 수술과 장기 이식, 다이어트, 수명 연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사람이 우주여행을 오래할 수 없는 이유는 무중력 상태에 오래 있게 되면 근육 위축, 뼈엉성증(골다공증), 신경 교란 등 각종 이상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주정거장에 56일간 체류한 우주인의 무릎 근력은 우주비행 전보다 20%나 감소하고, 175일 동안 체류했을 경우 대퇴부 근력은 25∼42%가 줄어드는 것이 관찰됐다.

이런 신체 이상 현상을 겨울잠이 막아준다는 것이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각성’을 통해 근육과 뼈를 보호한다. 각성은 5∼10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깨서 체온을 올리는 현상으로, 이때 근육조직을 보호해주는 열충격단백질(HSP)이 평소보다 50% 이상 늘어난다. 보통 겨울잠을 자는 동안은 면역력이 떨어져서 바이러스와 병원균이 침투하지만 체온이 낮아서 활성화되지 않는다. 그러다 각성 상태가 되면 체온이 오르면서 면역체계가 가동돼 바이러스와 병원균을 한꺼번에 물리친다.

최인호 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각성할 때 증가하는 열충격단백질 발현 원리를 이용할 수 있다면 우주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와 함께 2016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근육위축 억제 실험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학동아 1월호에서는 겨울잠과 우주여행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함께 한국 물리학자들이 제안한 ‘포스트 힉스입자’와 관련한 특집 기사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들어 있다.

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he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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