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입원 질환 1위 폐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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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로 위장후 심각한 합병증으로 돌변

65세 이상 노인이라면 정기적으로 폐렴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 서울 노원구의 한 의원에서 의사가 백신 주사를 놓고 있다. 동아일보DB
65세 이상 노인이라면 정기적으로 폐렴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 서울 노원구의 한 의원에서 의사가 백신 주사를 놓고 있다. 동아일보DB
최근 10여 년간 가장 입원을 많이 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출산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출산은 질병이 아니다. 출산을 뺀다면 2009년까지 치질이 입원 1위였다. 2010년 1위가 바뀌었다. 바로 폐렴이다. 폐렴 입원환자는 2009년 18만3467명에서 2010년 22만7642명으로 늘었고 2011년 다시 27만6208명으로 늘었다.

○ 갈수록 늘어나는 폐렴 입원환자

폐렴을 쉽게 정의하면 폐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건장한 20, 30대보다는 노인이나 유아 및 소아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세균일 수도 있고 바이러스일 수도 있다. 폐렴구균이라는 세균이 가장 흔하다. 이를 포함해 병을 일으킨 원인 세균을 명확하게 밝혀낸다면 적절한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다. 이럴 때는 대체로 10∼14일 약물 치료를 받으면 상태가 많이 좋아진다.

문제는 원인이 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밝혀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때는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가 듣지 않는다. 여러 항생제를 시도해 증상의 악화를 최대한 막을 뿐이다. 의사들은 이 때문에 “폐렴은 아주 가벼운 질병일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무섭게 돌변하는 질병”이라고 말한다.

얼마 전 사망한 60대 후반의 김모 씨(여) 사례를 보자. 김 씨는 감기 증세로 동네 의원을 찾았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신장병을 앓고 있었다. 투석도 여러 차례 받았다. 이 때문에 기침만 해도 몸 상태를 체크하곤 했다.

이번에는 좀 달랐다. 감기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가슴 X-레이 촬영을 했다. 폐렴이란 진단이 나왔다. 진단이 나오기가 무섭게 호흡이 힘들 만큼 상태가 나빠졌다. 가족들은 김 씨를 급히 한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지만 폐렴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사망했다.

김 씨 사례처럼 합병증 형태로 폐렴이 찾아올 수 있다. 노인이라면 이럴 때 치명적일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디자이너 앙드레 김도 다른 질병에 걸려 있었지만 최종 사망 원인은 폐렴이었다.

따라서 65세 이상 노인이라면 폐렴에 주의해야 한다. 젊고 건강하다면 금세 떨치고 일어날 수도 있지만 노인은 중증으로 악화될 개연성이 꽤 높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폐렴에 걸린 65세 이상 노인의 80%가 입원한다. 폐렴 사망자의 70% 정도가 노인이다. 입원 기간도 노인이 젊은이보다 2배 정도 길다.

○ 세심한 관찰, 예방접종이 최선


그렇다면 어떤 증상을 살펴야 ‘불의의 사고’를 막을 수 있을까.

가래가 섞인 기침이 나온다면 일단 의심하자. 열, 가슴통증,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병원을 방문하면 가슴 X-레이 촬영이나 소변항원 검사, 가래 배양 검사 등을 통해 폐렴을 진단한다.

다만 당뇨병이나 심장 환자,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투입한 사람은 열이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노인들은 이런저런 증상 없이 식욕이 떨어지거나 무기력해지는 현상만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평소 가족들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예방접종을 하면 폐렴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하면 이 균이 원인인 폐렴은 물론이고 그 합병증인 패혈증도 예방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예방 확률은 44∼61% 정도다. 만성 알코올의존증 환자나 만성 폐 질환자에게도 60% 정도 예방 효과가 있다. 55세 이상으로 별 질병이 없는 성인이라면 예방 확률은 61∼70% 정도다.

예방접종은 건강한 성인이라도 해 두면 좋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인을 포함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반드시 예방접종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유아 및 소아 △당뇨병 환자 △호흡기 질환자 △만성 폐·간·심장질환자 △흡연자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접종을 해야 한다.

특정 질병으로 투병하고 있는 환자들도 접종이 필요하다. △선천성·후천성 면역저하 환자 △에이즈 감염자 △만성신부전 환자 △백혈병 등 혈액종양 환자 △장기간 스테로이드 투여 환자 △장기이식 환자 △인공와우 삽입 환자 △방사선 치료 중인 환자가 그들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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