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이후 매년 4cm이상 안크면 성장클리닉 방문하는 게 좋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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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 저신장증 기준과 대처법

전문가들은 아이의 성장을 저해하는 큰 요인이 부모의 지나친 걱정 또는 무관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대처하면 충분히 평균 키 이상까지 클 수 있으므로 적절한 관심과 차분한 대처가 중요하다. 동아일보DB
전문가들은 아이의 성장을 저해하는 큰 요인이 부모의 지나친 걱정 또는 무관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대처하면 충분히 평균 키 이상까지 클 수 있으므로 적절한 관심과 차분한 대처가 중요하다. 동아일보DB
“아기가 작고 귀여워요.”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런 칭찬을 마다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지난달 첫아들의 돌잔치를 치른 정모 씨(34)는 지인들의 이런 덕담에 오히려 기분이 상했다. ‘작다’는 표현이 영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정 씨의 아들은 신생아 평균(약 3.4kg)보다 가벼운 2.9kg으로 태어났다. 약간 걱정은 됐지만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우면 된다’는 주변 어른들의 응원에 힘을 냈다.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기로 했다.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값비싼 분유를 해외제품 구매대행 웹사이트에서 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12개월을 맞은 정 씨 아들의 키는 한눈에 봐도 또래보다 작은 것 같다. 측정을 해 보니 70cm. 또래 친구 100명을 쭉 일렬로 나열하면 작은 쪽 10명에 속할 것 같다. 저(低)신장증이 의심되는 수치다. 정 씨는 “언젠간 클 거라고 생각하지만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정 씨처럼 자녀 성장이 또래보다 늦어지는 저신장증을 걱정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걱정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저신장증의 정확한 개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신장증이 아닌데도 지나치게 걱정을 하는 부모도 많고 반대로 무관심해 저신장증을 의심조차 하지 않는 부모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저신장증이 의심되는 아이는 100명 중 작은 순서로 3명 이내에 드는 경우다. 12∼15개월의 남자아이라면 72.5cm 미만, 여자라면 71.3cm 미만이 저신장증에 속한다.

24개월이 되면 조금 더 분명하게 저신장증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은 평생을 살면서 생후 24개월 키의 2배가량 자란다. 따라서 24개월 때의 키에서 2를 곱한 수치가 부모의 키로 산출한 중간부모키(남자는 (아버지 키+어머니 키+13)/2, 여자는 (아버지 키+어머니 키-13)/2)보다 5cm 이상 작으면 성장클리닉을 방문해보는 것이 좋다. 3세 이상 소아가 매년 4cm 미만으로 성장한다면 성장 지연을 의심해봐야 한다.

저신장증은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영양, 운동 등의 일상적 방법과 성장호르몬 주사 등 치료요법으로 극복할 수 있다. 통상 잠을 오래 자야 키가 큰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무리 오래 자도 깊은 수면을 이루지 못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충분하지 못할 수 있다. 무작정 수면시간을 늘리기보다는 자녀의 깊은 잠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래보다 키가 작은 영·유아가 모유 수유를 계속하고 있다면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만 2세가 넘어도 모유 수유를 계속하면 철분결핍성 빈혈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식욕저하나 성장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유식을 시작했다면 식단 점검이 필수적이다. 의외로 몇 가지 영양성분에 치우친 식사를 하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만 5세 이상이라면 유산소 운동을 회당 30분 이상씩 주 5회 이상 해줄 필요가 있다.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성장판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최종적인 수단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성장호르몬 결핍증, 터너증후군 등 특수질환이 확인될 때에만 주사 처방을 받을 것을 권고한다. 유전적 또는 체질적 성장 지연에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모의 적절한 대응이 중요하다. 부모 키는 정상인데 자녀만 키가 작다면 자녀 앞에서 걱정을 드러내선 안 된다. 오히려 자녀들에게 스트레스와 위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 아이는 언젠가는 클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경계해야 한다.

정소정 건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이의 성장을 저해하는 큰 요인 중 하나가 부모의 지나친 걱정 또는 무관심”이며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대처하면 충분히 평균 신장 이상까지 클 수 있으므로 차분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취재에는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의 박은혜 씨가 참여했습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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