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로봇 ‘다빈치’… 음성인식 ‘시리’… 대박상품 비결은 기술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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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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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공공연구 성과 민간이전 활발

다빈치는 미국 국방부가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군인을 원격으로 수술하기 위해 SRI인터내셔널에 의뢰해 개발했다. 동아일보DB
다빈치는 미국 국방부가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군인을 원격으로 수술하기 위해 SRI인터내셔널에 의뢰해 개발했다. 동아일보DB
수술로봇 ‘다빈치’, 음성인식 프로그램 ‘시리’, 항암제 ‘탁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치료제 ‘프레지스타’….

사람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준 이 제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기업들이 처음부터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상품이 아니라, 연구소의 연구 성과가 기업의 손을 거치면서 ‘대박 상품’으로 변신했다는 것이다. 탁솔과 프레지스타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연구했고, 다빈치 로봇과 시리는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인 SRI인터내셔널이 개발했다.

연구개발 전통이 오래된 미국에서는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일이 활발하다. 2011년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정부 연구기관의 성과를 응용해 나온 발명 건수가 4425개이고, 각종 특허 라이선스로 벌어들인 수익은 약 1억5430만 달러(약 1667억 원)에 이른다. NIH 기술협력국 정책담당자인 앤 해머슬라 국장은 “미국 정부는 공적자금이 들어간 연구 결과가 실제 사용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집권 2기를 맞아 과학기술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어, 기술이전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 연구소마다 전담자 두고 적극적으로 기술이전

미국 연구기관들은 모두 기술이전 전담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NIH는 22개 소속 연구소의 기술이전 및 특허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기술이전국(OTT)을 운영하고 있다. OTT에는 보건·의료 관련 전문가와 특허 변호사 등 박사급 인력이 30명가량 근무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10개의 연구센터에 기술이전 담당자를 두고 본부에서 총괄한다.

연구기관 기술이전 담당자들의 모임인 미국 연방연구소기술이전컨소시엄(FLC)도 1974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FLC에는 NIH, 국방부, 에너지부 등 연방정부 18개 부처와 각 부처 소속 연구기관들, 과학기술자 10만 명이 가입돼 있다. FLC는 ‘사용 가능한 기술’을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한편, 회원사들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 기술이전을 돕고 있다. 게리 존스 FLC 워싱턴DC 대표는 “기술이 필요한 사람과 연구 결과를 이어주는 것이 FLC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민간연구소인 SRI인터내셔널도 정부자금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를 기업에 이전하고 있다. 시리, 다빈치, 인터넷 프로토콜, 컴퓨터용 마우스 등도 미국 국방부 지원 연구로 시작했지만 민간기업에 기술이 이전돼 상업화에 성공했다. 박종원 SRI인터내셔널 부장은 “SRI인터내셔널은 상업화를 담당하는 부사장 제도를 두고 있다”며 “시리의 경우 상업화 담당 부사장이 개발 초기부터 전문경영인들과 매일 회의를 하면서 실용화가 가능한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 중기·벤처 및 지역기업에 우선권

미국의 연구기관들은 연구 결과를 공정하게 분배한다는 차원에서 벤처 및 중소기업과 연구기관이 위치한 지역의 기업에 우선권을 준다. 해머슬라 국장은 “초기 기술은 위험이 크기는 하지만 성공하면 얻는 수익이 많기 때문에 도전정신을 가진 창업자나 중소기업들에 기회가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

NIH는 또 기업이 이전받은 기술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는지, 상품화는 했는지 등을 주기적으로 확인한다. 진행되지 않았다면 원인을 분석해 도움을 주기도 하고, 철회하기도 한다.

국내 기술이전 지원 기관인 연구개발성과지원센터 최건모 센터장은 “미국 연구소들은 연구비 일부를 기술이전 지원비용으로 의무 할당할 만큼 사회 환원에 대한 인식이 높다”며 “우리나라도 벤처 및 중소기업으로 연구 성과가 활발히 이전되는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美 국립보건원 기술이전국장 로보 씨 “대중이 뭘 필요로 하는지 먼저 생각해야”

“기술 이전을 원한다면 대중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마크 로보 미국 국립보건원 기술이전국(OTT) 국장(사진)은 성공적인 기술 이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구자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이를 모르는 연구자들이 더러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간에서 어떤 기술을 개발해 달라고 왔을 때, 일부 연구자들은 ‘그런 건 가치가 없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무시하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로보 국장은 “노벨상을 받는 연구와 사업화하는 연구는 분명히 다른 만큼 기술 이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과학자라면 중소기업 등 외부와 협력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며 “연구자들에게 협력의 중요성을 설득하고, 파트너를 만들어 주는 것이 기술 이전 담당자들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록빌,알링턴(미국)=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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