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리포트]발기부전증 원인은 다양… 불법약에 손댈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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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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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만 하면 장땡.”

영화 ‘간첩’의 주인공 김과장(김명민 분)이 중국에서 밀수한 비아그라를 팔면서 하는 말이다. 불법 발기부전 치료제를 막무가내로 권하는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발기부전증은 모든 연령에서 나타날 수 있는 흔한 질병이다. 성인 남성의 5∼10%가 이를 앓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1억5000여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재적 환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년 인구가 급증하는 현 추세라면 2025년에는 3억2000여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란 예측도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표주자인 비아그라의 특허가 지난해 5월 17일 만료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저렴하고 다양한 복제약을 내놓고 있다. 물론 모두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하지만 여전히 구입하기에는 번거로운가 보다. 중국에서 밀수된 불법제품 등이 시중에 범람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발기부전증은 결코 가벼운 질환이 아니다. 원인도 다양하다. 노화로 인해 신체기능이 약해지거나 혈관계, 내분비계, 신경계 이상 때문에 생길 수 있다. 스트레스, 긴장감, 성 능력에 대한 열등감, 자신감 상실 등 정신·심리적 원인도 크다. 이 때문에 의사의 처방이 꼭 필요하다. 대충 약을 사서 먹으면 두통, 안면홍조, 소화불량, 색조이상, 시야 흐림 등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얼마 전 진료실을 찾은 72세의 김모 씨는 술자리에서 지인이 준 불법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은 뒤 부작용을 겪었다고 했다. 온몸이 화끈거리고 혈압이 떨어졌으며 의식도 혼미해졌단다. 평소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던 김 씨는 ‘나이 먹어 성생활을 한다’는 주변의 시선이 부끄러워 불법 약에 손을 댔다.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김 씨뿐만 아니라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들이 이런 경험을 한다.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도 약국에서 약을 사가기가 편치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블랙마켓’을 기웃거리게 되는 이유다.

사회 분위기 때문에 발기부전증은 타인에게 알리기 불편한 질환이다. 그러나 이 병은 이미 국민 절반의 건강 문제가 됐다. 비뇨기과 전문의의 처방 없이 치료제를 오남용한다면 다가올 2025년 3억2000여만 명의 발기부전증 환자에게 부작용의 재앙이 닥칠지도 모를 일이다. “서기만 하면 장땡”이라는 농담은 그만둬야 한다.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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