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에 센서 붙여 누수지점 모조리 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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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노후 수도관으로 한 해 6383억 L 철철 새는데…

우리나라 구석구석까지 수돗물을 배달하는 수도관의 총길이는 16만5788km. 이 가운데 4분의 1가량인 4만675km의 수도관은 사용한 지 21년이 넘었다. 누수 등으로 허비되는 수돗물의 양은 한 해 6383억 L로 천만 서울시민이 6개월 동안 쓰는 양과 맞먹을 정도다. 특히 강원 태백시, 전남 진도군, 경북 의성군 등에서는 수돗물의 절반 정도가 줄줄 새나가고 있다.

노후한 수도관에는 외부에서 이물질이 들어와 정수처리를 거친 깨끗한 물도 다시 오염될 우려까지 있다.

그러나 땅속에 묻혀 있는 수도관을 손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매번 땅을 파고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과거에 꼼꼼히 계획하여 수도관을 설치한 것도 아니어서 위치 파악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문제를 정보기술(IT)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수도관에 센서를 붙여 수량과 수질, 수압 등을 측정하고 컴퓨터로 통합 관리하는 ‘똑똑한 상수관망’을 만드는 연구가 바로 그것.

차세대 지능형 상수관망 기술개발사업단(GBEST사업단)이 개발 중인 ‘원격 누수 감지 장치’는 수도관 양끝에 진동센서를 부착해 물이 새는 위치를 빨리 알 수 있다. 수도관을 흘러가는 물은 일정한 진동을 일으키는데, 누수가 되면 진동이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또 땅속에 복잡하게 묻힌 상수관망의 위치는 ‘상수도 관로 매설 위치 탐사 장비’로 알아낸다. 상수도관 속에 넣은 탐사 장비가 물을 따라 흘러가도록 하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정보를 활용해 파악한다.

수도관의 누수 여부를 미리 진단할 수 있는 소형 내시경 카메라는 개발됐다. 지름이 5cm인 수도관에도 들어갈 수 있는 크기라 단수하지 않고도 수도관 상태를 살필 수 있다.

새로 설치할 상수관망에는 수도관의 각 지점에 전자태그(RFID)를 붙이고 이 위치를 GPS 좌표와 비교할 계획이다. 지진 등으로 상수관의 위치가 뒤틀리게 되면 곧바로 알아내서 복귀시킬 수 있다. 전자태그에는 수도관 매설 시기, 노후화 진단 정보 등도 기록할 수 있어 유지 보수에도 도움이 된다. 이 밖에 수온, 탁도 등 5가지 항목에 맞춘 수질 측정 센서와 수돗물 사용량을 정확히 파악할 계측기 ‘스마트미터(smart meter)’도 개발 중이다.

구자용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현재 목표 대비 60∼70% 정도 기술을 개발한 상태로, 내년쯤 서울이나 태백시에서 시험할 예정”이라며 “1, 2년 시험 운영한 뒤 문제점을 바로잡고 3년 뒤부터 상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똑똑한 상수도관망을 비롯한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은 16∼21일 부산에서 열리는 ‘2012 국제물협회(IWA) 세계물회의’에서 자세하게 소개된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파이프#누수지점#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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