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년전 지중해는 푹푹 찌는 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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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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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기시대 도끼 용도 분석… 당시 거대한 숲에서 사용
나이테-호수퇴적물로도 수백∼수천년전 기후 추정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십수일간 가마솥더위가 계속됐다. 열대야로 인해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다행히도 주말부터는 더위가 꺾인다는 예보다. 1000년 전 기후는 어땠을까. 일기 예보는 현재의 상황과 과거의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해 낸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관측 자료가 없는 과거의 기후도 알 수 있다. 고대의 유물, 오래된 나무의 나이테, 인공위성의 과거 사진, 지층의 퇴적물에 과거의 기후를 엿볼 수 있는 열쇠가 있기 때문이다.

○ 열쇠 1, 과거의 유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리처드 여키스 교수팀은 이스라엘 예루살렘 서부에 있는 모차 지역에서 출토된 돌도끼의 용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현재 사막성 기후를 보이는 모차 지역이 8000∼6000년 전에는 숲으로 우거진 산림지역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플로스원 제공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리처드 여키스 교수팀은 이스라엘 예루살렘 서부에 있는 모차 지역에서 출토된 돌도끼의 용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현재 사막성 기후를 보이는 모차 지역이 8000∼6000년 전에는 숲으로 우거진 산림지역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플로스원 제공
미국공공도서관학회지 ‘플로스원’ 8일자에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리처드 여키스 교수팀이 신석기 시대 도끼로 당시 기후를 파악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지중해 동부 연안 지역이 8000년 전에는 매우 습하고 더운 열대성 기후였다가 약 6600∼6000년 전부터 건조하게 바뀌었다는 연구다.

연구팀이 조사한 이스라엘 예루살렘 서부에 있는 모차 지역은 여름철에 남서쪽에서 사막의 건조한 바람이 불어와 바다 근처여도 건조한 날씨가 나타나는 지역이다. 여기서 출토된 양날 도끼 40점의 용도를 분석했다. 당시 인류는 이 도끼로 큰 나무를 베고 숲을 평지로 만든 뒤 목축지로 활용했다. 이를 근거로 약 8000∼6000년 전에는 습한 기후였다고 추정했다.

○ 열쇠 2, 나무의 나이테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바이런 스타인먼 박사팀은 나무의 나이테를 이용해 과거 기후를 밝혔다. 나이테는 나무가 성장할 때 날씨가 추우면 조직이 조밀하게, 따뜻하면 성글게 자라면서 생긴다. 나무의 종과 관계없이 기후에 따라 비슷한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다.

연구팀은 이 방법을 이용해 950년부터 1250년 사이에 미국 북서부에 심각한 가뭄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 지난달 2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수확량이 부족해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 ‘동물들이 물을 찾아 이동했다’처럼 간접적으로 적혀 있던 역사적 기록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수령이 서로 다른 나무들의 나이테 경향성을 보면 기후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바이런 스타인먼 박사팀은 이
 특성을 이용해 950년부터 1250년 사이 미국 북서부에 극심한 가뭄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위키미디어 제공
수령이 서로 다른 나무들의 나이테 경향성을 보면 기후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바이런 스타인먼 박사팀은 이 특성을 이용해 950년부터 1250년 사이 미국 북서부에 극심한 가뭄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위키미디어 제공
○ 열쇠 3, 퇴적물

호수, 산, 바다의 퇴적물을 분석하면 과거의 기후를 알 수 있다. 과학전문학술지 ‘사이언스’ 6월 20일자에는 퇴적물을 연구해 300만 년 동안 북극의 기후변화를 조사한 연구가 실렸다.

독일 쾰른대 마르틴 멜레스 교수가 이끄는 독일·미국·러시아 공동연구팀은 2008년부터 2년간 러시아 북동쪽에 있는 엘기깃긴 호수의 퇴적물을 시추해 연구했다. 엘기깃긴 호수는 360만 년 전에 생겨난 뒤 없어지지 않고 밑바닥에 퇴적물을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어 북극 기후 연구에 적합하다. 연구팀은 북극 지역이 360만 년 동안에 4번의 간빙기가 있었으며 그중 110만 년 전과 40만 년 전 간빙기에는 빙하가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온도가 높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 열쇠 4, 위성영상

인공위성 영상은 지구 곳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다. 위성을 활용해 과거에 찍은 자료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쿠르트 켸르 교수팀은 이 위성 영상 자료가 누적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사이언스’ 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1980년대부터 2010년까지 그린란드 북서부 700km 영역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모은 뒤, 사진을 바탕으로 해수면과 지면 높이 변화를 3차원 디지털 이미지로 재구성한 해 빙하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그린란드 빙하가 꾸준히 녹았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30년 동안 약 9년 주기로 빙하가 녹았다가 멈췄다가 하는 주기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신석기시대#나이테#호수퇴적물#기후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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