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 테스트로 종이접기하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7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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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우주 비행사를 뽑을 때 가장 우선시하는 테스트가 뭘까.

IQ 측정도, 체력 평가도 아니다.

다름 아닌 색종이로 종이학 1000 마리를 접는 '미션'을 통과해야 우주 비행사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과학 전문 작가인 메리 로치는 신간 '우주 다큐'에서 우주 탐험에 숨겨진 뒷얘기를 곁들여 우주 과학 이론을 생생하게 풀어냈다.

JAXA가 종이학 테스트를 중시하는 데도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격리된 방에서 주어진 시간 안에 종이학 1000 마리를 접다 보면 우주선에서 압박감을 느낄 때 어떻게 대처할지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는 것.

특히 종이학을 접은 선이 삐뚤삐뚤하거나, 처음 접은 열 마리와 마지막 열 마리가 큰 차이를 보일 경우 '압박감을 견디지 못했다'는 증거로 보고 감점을 당한다.

저자는 이처럼 거창하고 화려해 보일 것 같은 우주 생활이 실제로는 원초적이고 깨알 같은 고민거리로 가득 차 있다고 귀띔한다.

실제로 1964년 미국 오하이호 주 라이트-패터슨 공군기지에서는 가상 우주 캡슐 안에서 2-6주 동안 목욕, 샤워, 면도를 하지 않는 '최소한의 개인위생' 실험이 치러졌다.

못 씻고 지낼 때 인체에서 가장 심하게 악취가 나는 부위를 찾아내는 '웃지 못할' 실험도 진행됐다. 1위는 겨드랑이, 2위는 사타구니가 꼽혔다.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도착한 역사적인 순간에도 이러한 '사소하지만 심각한' 고민이 숨어 있었다.

달 표면에 깃발을 과연 꽂을 수 있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것.

깃발이나 깃대가 1000℃에 달하는 엔진 열기를 견딜 수 있을까, 깃발을 무사히 꼽는다 해도 대기가 없는 달에서 펄럭이지 못하는 건 아닐까 등등 깃발 미션을 해결하는 데에만 다섯 달이 걸렸다.

저자는 이처럼 우주 탐험이라는 '용감한' 도전 뒤에 숨어 있는 '소심한' 문제들을 과학 이론을 곁들여 차례차례 해결해나간다.

김혜원 옮김. 세계사. 416쪽. 1만5000원.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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