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에 대한 중고생들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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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8일 0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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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조차 실효성 의심 받는 여성부의 셧다운제

여성가족부가 발의한 게임 셧다운제의 시행이 2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전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제한한다는 골자의 이 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게임 업계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셧다운제 시행이 처음 주장됐을 때부터 셧다운제 시행이 코 앞까지 다가온 지금 이 순간까지 이에 대한 정말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주장하는 여성가족부를 제외하면 이를 찬성하는 측의 주장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작 시행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언론을 통해 그다지 공개된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셧다운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청소년들은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을까? 이들의 의견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본 기자는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모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지난 11월 16일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는 중학교 2학년 남학생 3명과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3명 등 총 6명의 학생이 참가했으며, 이들은 셧다운제 시행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했다.

평소 게임을 적게는 2시간, 많게는 6시간까지도 즐긴다는 이들 청소년들은 셧다운제가 자신들을 향한 규제이기 때문인지 이에 대한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으며, 덕분에 인터뷰 역시 수월하게 진행됐다.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들 학생들이 셧다운제의 개념 그 자체에 대해서 예상외로 모두가 부정적이지만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셧다운제가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모두 입을 모아 강한 부정을 내비쳤다.

인터뷰에 참가한 한 학생은 “셧다운제의 내용은 이해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셧다운제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오히려 게임을 즐기기 위해 가족이나 친척의 주민번호를 도용하는 사례만 많아질껄요?”라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학생은 셧다운제의 시행이 오히려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부추기는 역효과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뜩이나 게임을 즐길 시간이 없는데, 밤에도 게임을 못 하게 한다면 아이들은 낮 시간에 몰아서 게임을 할 거 같아요”라고 이 학생은 주장했으며, 다른 학생들 역시 이 주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 학생들은 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열의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셧다운제 찬성론자들의 주장에도 의문을 표했다. 인터뷰에 참가한 한 고등학생은 어차피 공부 안 할 학생은 어떻게든 안 하며, 이런 학생들은 가정교육이나 선생님들의 노력을 통해서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게임 때문에 학교에서 잠만 자는 학생이 있긴 해요. 그런데 그런 애들은 많아봐야 한 반에 한 명? 두 명? 그런 애들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정말 이해가 안 가요”



아무래도 적용 당사자들이기 때문인지 이들 학생들은 다양한 아쉬움을 쏟아냈지만 “우리들 게임하게 해 주세요!”와 같은 막무가내식 주장은 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꼭 필요하다면 현실성이 있는 정책을 세워달라”는 이야기를 할 뿐이었다.

학생들의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게임보다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는 사교육을 차단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이들 청소년의 의견을 어린아이들의 의견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이 학생들의 주장은 셧다운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날 인터뷰에 함께 자리한 교사 역시 이들의 의견과 궤를 같이 하는 의견을 내놨다. “그 수는 많지 않지만 게임 때문에 학업에 지장이 생기는 학생들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셧다운제가 시행된다고 해서 이런 아이들이 공부를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적용 당사자인 청소년들과 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마저도 그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것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셧다운제가 처한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파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귀를 닫고 입만 열어 놓은 소통이라는 이름의 일방적인 선언이 아니라 눈과 귀를 열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진정한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김한준 게임동아 기자(endoflife81@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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