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들도 쓰러지는데…조기 암 검진 어떻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8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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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조와 최동원 씨 등 스포츠 스타들이 잇달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누구보다도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선수들이 쓰러지자 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조기 암 진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의 김열 전문이사(국립암센터 가정의학전문의)는 "암 예방을 위해 평소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술 담배를 하지 않는 습관이 중요하지만, 특별히 아픈 데가 없다고 해서 건강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암이 진행되기도 하므로 조기 발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의들은 40세 이상이 되면 암 검진을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암은 무서운 질병이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완치될 수 있다. 초기 암의 완치율은 90% 이상이다. 하지만 2기에는 생존율이 60~70%, 3기에는 30~50%로 떨어지고, 4기가 되면 20%를 넘지 못한다.

▽조기발견이 가능한 암=5대 암(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은 효과적인 조기검진이 가능하다.

국내에 가장 많은 위암은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 또는 위장조영촬영검사를 받으면 일찍 찾아낼 수 있다. 위암 검진은 40세 이상 남녀 모두 2년에 한번은 받는 것이 좋다. 검사에서 이상증세가 나오면 더 자주 받아야 한다.

또 50세 이후 해마다 한번씩 대변 검사를 받으면 대변 속에 숨어 있는 혈색소를 통해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김 전문이사는 "영국에서는 국가가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대변 검사를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정에 배달하는 식으로 대장암 조기검진에 신경 쓴다"면서 "일본은 변기 위에 종이가 뜨도록 만든 간단한 대변검사용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준비하는 일이 고통스럽지만 내부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 가장 효과적이다. 검사 중에 보이는 용종을 제거할 수도 있다. 이상 소견이 없으면 최소 5년은 다시 검사 받지 않아도 된다.

잦은 음주로 만성 알코올성 간염이 계속되거나,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했거나, 간경화 증세가 있는 환자는 6개월에 한번씩 간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받아야 한다.

유방암 조기검진의 1차 방법은 유방촬영검사다. 이상한 부위가 발견되면 확대촬영이나 초음파 등 추가 검사를 받으면 된다. 손으로 만져서 하는 자가 검진은 큰 도움이 안 된다.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정기적으로 자가 검사를 했던 그룹과 하지 않은 그룹사이에 유방암 발견율의 차이가 거의 없다.

자궁경부암은 간단한 자궁경부 세포도말검사를 통해 조기진단이 가능하다. 세포를 직접 현미경으로 확인하므로 정확도가 매우 높다.

▽조기발견이 힘든 암=췌장암, 뇌종양, 폐암은 조기 발견이 힘든 대표적 암이다. 초기에는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쉬운 검사 방법이 없고, 일단 암세포가 생기면 빠르게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췌장은 배속 깊숙이 자리 잡아 초음파 검사로는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 혈액검사로 할 수 있는 CA 19-9 등의 암표지자 검사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정밀 CT검사를 받으면 췌장의 작은 종양까지 발견할 수 있지만 진행이 빠른 점을 고려하면 6개월보다 짧은 간격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럴 경우 CT 검사를 통해 노출되는 방사선량이 너무 많아 오히려 다른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져서 문제다. 현재로서는 췌장암의 원인으로 알려진 흡연과 과다한 음주를 삼가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뇌종양 역시 단단한 두개골 속의 뇌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필요하다. 비용이 상당히 비싼 점이 문제.

두통은 인간이 겪는 흔한 증상이므로 증세가 있다고 모두가 MRI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두통이 점점 심해지거나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거나 △두통과 함께 한쪽 몸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거나 △50세 이후에 두통이 잦아졌다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폐암은 대장암에 이어 네번째로 자주 생기는데도 불구하고 조기검진이 어렵다. 90% 이상은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므로 금연이 필수다.

간접흡연도 피하는 것이 좋다. 최근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30년 이상 담배를 피운 그룹이 방사선을 적게 사용하는 저선량 폐CT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으면 폐암의 조기 진단이 가능하고, 사망률을 크게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을 이용한 진단법 중에서 정확도가 높은 경우는 전립샘(선)암 검사(PSA) 정도다. 다른 암은 염증이나 단순한 혹만으로도 암을 알려주는 지표가 증가할 수 있어 혈액의 상태만으로 조기진단을 하기는 곤란하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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