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의약]“위기는 없다!” 제약업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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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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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인하에 위기감… 신약개발·해외진출 총력
정부 ‘혁신적 제약기업’ 선정해 도약노력 지원

국내 제약회사들의 눈이 해외로 향하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신약 개발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주요 제약사들은 기술력을 앞세워 공장을 수출하는 등 이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동아일보 DB
국내 제약회사들의 눈이 해외로 향하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신약 개발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주요 제약사들은 기술력을 앞세워 공장을 수출하는 등 이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동아일보 DB
《요즘 제약업계는 연일 이어지는 악재로 울상이다. 가장 큰 것은 정부의 약가 인하 압력이다. 보건복지부는 특허가 끝나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복제약)의 약가를 53.55% 수준으로 일괄 인하한다고 지난달 12일 밝힌 바 있다. 한국제약협회는 성명을 내고 “이 같은 비상식적인 가격 인하는 제약업계는 물론이고 국민보건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발했다. 100년이 넘는 한국 제약업계 역사상 처음으로 기업 사장들이 모여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제약회사들은 그러면서도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해외 진출과 신약 개발 등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 제약업계 변화의 바람


최근 국산 신약 17호가 탄생했다. 1999년 최초의 국산 신약 항암제인 ‘선플라주’ 이후 12년 만에 17개의 국산 신약이 나온 것이다. 주인공은 JW중외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제피드정’. 제약업계는 이 신약이 동아제약의 ‘자이데나정’과 함께 해외 발기부전치료제의 수입 대체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약은 쉽게 나오질 않는다. 십수 년간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도 날리기 십상이다. 주로 신약 개발을 발표하는 곳이 해외 대형 제약회사들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직 매출 1조 원이 넘는 기업이 없는 국내 제약업계는 신약 개발이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 꾸준히 연구개발(R&D)에 투자해온 결과 긍정적인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신약 개발과 해외 진출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JW중외제약이다. 지난달부터 미국 MD앤더슨병원과 프레드허친슨병원에서 암 줄기세포를 사멸시키는 혁신신약인 ‘CWP231A’의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또 지난달 25일 카자흐스탄 제약사인 JSC킴팜사와 수액 플랜트 수출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10월 중 본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수액 생산설비를 제작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플랜트 수출과 수액원료 판매 등을 통해 앞으로 5년 동안 34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녹십자도 7월 태국 적십자사와 6160만 달러 규모의 혈액분획제제 공장 건설을 위한 MOU를 맺었다. 내년 태국 뱅프라 지역에 공장을 짓기 시작해 2014년 완공할 예정이다. 이 공장에서는 알부민, 면역 글로불린, 혈우병치료제 등을 생산하게 된다. 녹십자는 이와 함께 최근에는 국내 4호 ‘천연물 신약’인 신바로를 내놓기도 했다.

동아제약은 자체 개발한 신약을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자이데나 임상 3상(3단계)을 완료하고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R&D역량 강화를 위해 올해 5월에는 경기 용인에 연구소를 지었다.

○ R&D에 공을 들여라

국내 제약사들이 이 같은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은 수년간의 노력과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준비된 제약사만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것이다.

유한양행은 2005년 국내 제약사로는 최대 규모의 연구소를 지어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 2006년 224억 원이던 R&D 투자 규모가 2010년에는 412억 원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매출 대비 6.35% 수준이다.

JW중외제약은 글로벌 기준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R&D와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에 맞추기 위한 투자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2006년 충남 당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액제 공장을 건설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종합 의약품 공장을 완공했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업계 R&D 투자 1위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매출액의 14.3%인 852억 원을 R&D에 투자한 데 이어 올해는 그 규모를 매출액의 15%로 늘릴 계획이다. 2020년까지 신약 20개를 창출하고 글로벌 순위 20위권에 진입한다는 ‘비전2020’ 프로젝트도 가동하고 있다.

녹십자도 전남 화순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백신공장을 건설하는 등 백신, 혈액제제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 정부도 ‘혁신적제약기업’ 선정 지원


정부도 국내 제약회사들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해 직간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약개발 R&D 투자가 활발하고, 글로벌 진출 역량을 갖춘 업체를 ‘혁신적 제약기업’으로 선정해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우선 매출액 대비 R&D 비용, cGMP 생산시설 보유,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품목 보유 여부 등이 주요 요건이다. 연간 매출액 1000억 원 이상인 기업은 연구개발비가 매출액의 7% 이상이어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제약사는 지난해 기준으로 10개 안팎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순히 R&D 투자금액만을 따지는 것은 문제라sms 지적도 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업계가 신약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R&D의 양과 질적 측면 모두 개선하려 노력하고, 정부는 이를 공정하게 심사해 지원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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