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노년엔 여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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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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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부터 남성환자수 추월… 80대선 2.6배
“폐경 따른 호르몬 변화 탓… 혈압-당뇨관리를”

60세가 넘으면 여성 심혈관질환 환자가 남성보다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질환은 암, 뇌혈관질환과 더불어 한국인의 3대 사망 원인이다.

지금까지 심혈관질환은 남성에게 자주 생기는 병으로 인식됐다. 최근에는 고령 여성에게서 많이 생기는데도 이런 사실을 잘 몰라 여성 노인이 위험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그만큼 예방에 소홀한 면이 강했다.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심혈관질환 환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심혈관질환 여성 환자는 302만7000명으로 남성(271만9000명)보다 30만8000명 많았다. 전체 심혈관질환 환자는 2006년 449만2000명에서 2010년 574만6000명으로 늘었다. 5년 동안 연평균 증가율은 6.3%였다.

이 질환과 관련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2006년 1조9103억 원에서 2010년 3조388억 원으로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12.3%였다.

환자를 성별로 보면 30대 이전까지는 7 대 3 비율로 남성 환자가 많았다. 40대에서도 남성 환자 44만 명, 여성 27만8000명으로 6 대 4 정도로 남성 환자 비율이 높다.

하지만 50대에 접어들면 여성 환자는 73만4000명으로 급격하게 늘어 남성(78만7000명)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60대가 넘어서면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를 앞지르기 시작해 80대 이상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2.6배 많았다.

심혈관질환은 심장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콜레스테롤 등이 쌓여 동맥경화가 나타나 혈류를 차단하면서 심근에 손상이 오는 병이다. 심근경색증과 협심증 등이 대표적 질환에 속한다.

심혈관질환은 나이가 들면 자연적으로 위험이 증가한다. 2010년 기준으로 30∼39세에서 16만3000명이던 환자는 40∼49세에서 71만8000명으로 늘고 50∼59세에서 152만1000명으로 늘어났다.

노년층으로 갈수록 여성들의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폐경에 따른 호르몬 변화 때문이다. 양주영 일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폐경 후에는 난소에서 분비되던 에스트로겐이 줄어들어 에스트로겐의 혈관 보호 효과가 사라진다. 이는 동맥경화를 유발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외국의 연구결과를 봐도 50대 폐경 후 여성의 심혈관질환 발생률은 같은 연령대 폐경 전 여성보다 3배가량 높다. 폐경이 나타나는 연령대의 여성이 쉽게 겪는 체중 증가와 신체활동 감소가 이를 촉진하는 위험 요소로 꼽힌다.

미국 심장협회가 50세 이상 여성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군으로 규정하고 예방적 건강관리를 권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폐경 후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체중 증가나 흡연 같은 위험 요소를 사전에 줄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양 교수는 “나이가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지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은 노력하면 조절할 수 있는 위험 인자”라며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평소 혈압과 당뇨 수치를 측정하는 것은 예방의 첫걸음이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저지방 음식을 즐겨야 한다. 젊은 여성의 경우 피임약 복용 등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또 심혈관질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병 후 치료를 시작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인 만큼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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