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라온, 극지탐사 이어 1km 심해 신비를 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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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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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硏, 무인잠수정 동원 남태평양 ‘열수광상’ HD촬영

뜨거운 물 솟는 열수광상에… 새우-고둥-게 다닥다닥 심해저 열수광상에 붙어사는 생물은 대개 몸 색이 밝다. 수심 1km 해저에는 햇빛이 닿지 않기 때문에 몸 색이 밝아도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열수광상에 작은 새우류와 고둥, 게가 생태계를 이루고 사는 모습(위). 열수광상은 열수가 뿜어져 나오는 곳마다 굴뚝이 생겨 독특한 형상이 된다. 열수의 온도와 함유된 물질에 따라 굴뚝 색이 변한다. 뿌옇게 보이는 부분(동그라미 안)은 열수가 솟아나오는 모습이다 (아래). 한국해양연구원 제공
뜨거운 물 솟는 열수광상에… 새우-고둥-게 다닥다닥 심해저 열수광상에 붙어사는 생물은 대개 몸 색이 밝다. 수심 1km 해저에는 햇빛이 닿지 않기 때문에 몸 색이 밝아도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열수광상에 작은 새우류와 고둥, 게가 생태계를 이루고 사는 모습(위). 열수광상은 열수가 뿜어져 나오는 곳마다 굴뚝이 생겨 독특한 형상이 된다. 열수의 온도와 함유된 물질에 따라 굴뚝 색이 변한다. 뿌옇게 보이는 부분(동그라미 안)은 열수가 솟아나오는 모습이다 (아래). 한국해양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처음으로 수심 1km의 깊은 바닷속 ‘심해저 열수광상(熱水鑛床·해저의 온천 주변에 생성된 대규모 광물 덩어리)’의 생생한 모습을 고화질(HD) 영상으로 담는 데 성공했다.

해저화산 인근에 생성되는 심해저 열수광상은 금, 은, 구리, 희유(稀有)금속 등 유용한 광물이 많고 신물질을 추출해낼 수 있는 독특한 생물종이 살고 있어 ‘해저의 보물창고’라 불린다. 특히 이번에 촬영된 영상은 정확한 위치(좌표)가 포함돼 자원 확보나 해양생물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심해저 열수광상에 붙어사는 말미잘의 모습. 정확한 생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주변의 새우 등을 먹고 살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해양연구원 제공
심해저 열수광상에 붙어사는 말미잘의 모습. 정확한 생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주변의 새우 등을 먹고 살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해양연구원 제공
한국해양연구원(KORDI) 해저열수광상개발사업단은 3월 23일부터 4월 26일까지 아라온호를 타고 남태평양 통가 해역에서 열수광상 탐사를 진행했다. 이번 탐사에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성능 무인심해잠수정(ROV)을 활용했다.

고성능 ROV는 HD급 카메라와 최대 160kg을 들 수 있는 로봇 팔을 장착하고 있어 열수광상 구석구석을 상세하게 살폈다.

11일 경기 안산시 해양연 본원에서 만난 이경용 단장은 “HD급 카메라로 열수광상에서 사는 게와 미세한 갑각류도 선명하게 촬영했다”며 “좌푯값도 포함된 동영상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밝혔다.

영상에는 밝은색을 띤 게, 고둥, 말미잘 등이 열수광상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열수광상이 있는 수심 1km 해저에는 햇빛이 닿지 않기 때문에 몸 색이 어둡지 않아도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일부 포식자는 아예 쓸모없어진 눈이 퇴화되기도 한다. 주세종 해양연 책임연구원은 “열수광상에 사는 하얀 ‘장님게’는 주변을 볼 수 없어 태어난 곳 주변에서 살다 죽는다”고 설명했다.

장님게뿐 아니라 다른 생명체도 열수광상 주변에서만 살 수 있다. 화산 활동을 일으키는 마그마로 인해 뜨거워진 물(열수)이 분출돼 생성되는 열수광상에는 황(S) 성분이 많다.
▼ 해저노다지 좌표 확보… 개발 ‘성큼’ ▼

지상에서 같은 과정으로 생성된 온천에 황이나 게르마늄이 많이 포함된 것과 같은 원리다. 열수광상에 사는 미생물은 황을 양분으로 삼는다. 햇빛 대신 황을 흡수해 광합성이 아닌 ‘화학합성’으로 에너지를 만든다. 게, 고둥, 말미잘은 이 미생물 등을 먹고 살며 작은 생태계를 이룬다.

주 연구원은 “황을 분해하는 열수광상 미생물에서 새로운 물질을 추출한 사례가 많다”며 “열수 분출이 멎으면 조개, 게, 고둥이 죽어 껍데기가 대량으로 쌓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열수 분출이 멎은 열수광상은 해양 생물에게는 무덤이지만 인간에게는 보물창고가 된다. 열수에 섞여 나온 유용한 광물이 주변에 오랜 기간 쌓이며 대규모 광물 덩어리(광체)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금과 은을 비롯해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희유금속’이 많다. 박상준 해양연 선임연구원은 “열수 분출이 멎어야 개발하기에 안전해진다”며 “이런 열수광상은 솟아올랐던 굴뚝 모양의 ‘분출공’이 허물어지며 정말 무덤 형태가 돼 실제로 ‘마운드(언덕)’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열수광상의 개발 가능성은 일정 범위 안에 ‘마운드가 몇 개 있는가’가 기준이 된다. 좁은 지역에 마운드가 많을수록 채굴하기 쉽기 때문이다. 해양연 연구팀이 촬영 영상에 좌표를 넣은 이유도 활발한 열수광상과 마운드의 정확한 위치를 알기 위해서다. 이번에 탐사한 통가 해역은 우리나라가 탐사권을 갖고 있는 지역으로 아직 개발권은 확보하지 못했다. 김현섭 책임연구원은 “가장 이득이 될 만한 지역을 찾아야 향후 유리한 조건으로 (통가에) 개발권을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연 연구팀은 올해 말 ROV를 활용해 추가 조사를 한 뒤 2차원 지도가 완성되면 열수광상에 직접 구멍을 뚫어 광체의 크기를 측정해 정확한 3차원 지도를 만들 예정이다.

이경용 단장은 “600만 t 규모의 해저 광상을 발견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르면 2015년 통가에 개발권을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에 조사한 열수광상은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추가 조사를 해야 알 수 있다.

현재 통가 해역 열수광상의 탐사권을 확보한 우리나라는 우선개발협상권을 갖고 있다. 이 단장은 “우리는 생태계 조사도 병행할 수 있어 개발권을 신청할 때 필요한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에도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연구진이 수심 1km의 열수광상을 촬영한 것과 이 정도 수심에 로봇 팔을 장착한 ROV를 활용한 것은 모두 처음이다. 동아일보는 이 영상에 담긴 열수광상의 다양한 모습을 처음 공개한다. 보안상 문제가 되는 좌표는 제거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 열수광상(熱水鑛床·Hydrothermal deposit) ::

화산이나 지진활동이 잦은 해저에 금, 은, 구리 같은 유용한 광물들이 쌓여 생성된 대규모 광물 덩어리. 마그마로 인해 뜨거워진 물이 금속을 녹인 뒤 해저에서 솟아나면 찬 바닷물을 만나 급속히 식으면서 물속에 녹아 있던 금속이 침전된다. 뜨거운 물을 내뿜는 굴뚝 모양의 기둥이 발달되는 특성이 있다. 대규모 광상은 지름이 100m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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