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 진료 이홍식 정신과 교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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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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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달리고 그리면서 풀었죠”

스트레스 해소법에 대해 설명하는 정신과 의사 이홍식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스트레스 해소법에 대해 설명하는 정신과 의사 이홍식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환자 10만 명을 35년간 진료한 정신과 의사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이겨냈을까. 최근 ‘나는 나를 위로한다’라는 책을 펴낸 이홍식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평생을 스트레스와 싸우는 것이 벅찼다”고 고백했다.

이 교수는 ‘마음의 병’을 앓는 환자의 이야기를 듣기가 고통스러워 사타구니를 꼬집으며 상담을 계속했다. 오른쪽 사타구니에 온통 검은 멍이 들었을 정도였다. 명의로 이름을 날리면서도 외로웠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속마음을 나눌 친구가 한 명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버지로서 끝까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식을 앞둔 아들 옆에 누워서는 두 다리로 아들을 꼭 감고 소리 없이 울었다. 가장, 5남매의 맏형, 많은 환자의 주치의로서 평생을 긴장 속에 살았다는 고백이 절절하다.

이 교수가 긴장을 이겨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걷기, 달리기, 그림 그리기다. 틈만 나면 둘레길, 올레길을 찾아다녔다. 또 마라톤 경기에 나가 9번을 완주했다. 조그만 화실을 두고 틈틈이 그리던 그림은 미술전을 열 만큼 쌓였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자신을 단련시켜 인생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이 교수는 마음이 아픈 사람이 진료실을 찾지 않더라도 스트레스를 이겨내도록 돕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적절히 풀어준다면 자살을 생각할 필요도, 의사를 찾을 필요도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자신의 잘못이 아닌 가족, 직장에 문제가 생겨 어려움에 처한다면 좌절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인생이 허무하고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이때 배우자 탓, 직장 탓만 해봐야 문제 해결은 안 되고 자존감만 떨어진다는 것.

약을 먹는다 해도 증상만 약간 나아질 뿐이다. 어떤 위기가 닥쳐도 이겨낼 수 있도록 평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단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걷기 달리기 같은 ‘동적 명상’은 감정을 편안하게 다스리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수련 과정”이라며 “특히 사회적 위치 탓에 대인관계가 복잡한 사람일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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