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10만 명을 35년간 진료한 정신과 의사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이겨냈을까. 최근 ‘나는 나를 위로한다’라는 책을 펴낸 이홍식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평생을 스트레스와 싸우는 것이 벅찼다”고 고백했다.
이 교수는 ‘마음의 병’을 앓는 환자의 이야기를 듣기가 고통스러워 사타구니를 꼬집으며 상담을 계속했다. 오른쪽 사타구니에 온통 검은 멍이 들었을 정도였다. 명의로 이름을 날리면서도 외로웠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속마음을 나눌 친구가 한 명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버지로서 끝까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식을 앞둔 아들 옆에 누워서는 두 다리로 아들을 꼭 감고 소리 없이 울었다. 가장, 5남매의 맏형, 많은 환자의 주치의로서 평생을 긴장 속에 살았다는 고백이 절절하다.
이 교수가 긴장을 이겨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걷기, 달리기, 그림 그리기다. 틈만 나면 둘레길, 올레길을 찾아다녔다. 또 마라톤 경기에 나가 9번을 완주했다. 조그만 화실을 두고 틈틈이 그리던 그림은 미술전을 열 만큼 쌓였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자신을 단련시켜 인생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이 교수는 마음이 아픈 사람이 진료실을 찾지 않더라도 스트레스를 이겨내도록 돕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적절히 풀어준다면 자살을 생각할 필요도, 의사를 찾을 필요도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자신의 잘못이 아닌 가족, 직장에 문제가 생겨 어려움에 처한다면 좌절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인생이 허무하고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이때 배우자 탓, 직장 탓만 해봐야 문제 해결은 안 되고 자존감만 떨어진다는 것.
약을 먹는다 해도 증상만 약간 나아질 뿐이다. 어떤 위기가 닥쳐도 이겨낼 수 있도록 평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단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걷기 달리기 같은 ‘동적 명상’은 감정을 편안하게 다스리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수련 과정”이라며 “특히 사회적 위치 탓에 대인관계가 복잡한 사람일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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