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Before&After]방광대치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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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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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암, 평생 비닐주머니 ‘요강’을? 체내에 인공 방광!

《직장 은퇴 후 조깅과 골프를 하며 건강하게 지내던 강재성 씨.(58·서울 서초구 반포동) 어느 날 아무런 통증 없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와 근처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1차 검사 결과에서 방광암을 통보받은 것. 방광 벽에 깊이 침범한 침윤성 방광암으로 판명돼 방광을 통째로 떼어낸 뒤 인공 소변주머니를 차야 한다는 담당의사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침윤성 방광암 환자의 경우 대부분 방광을 통째로 떼어낸 뒤 복부로 요관을 내 비닐 소변주머니를 차는 것이 일반적. 그러나 강 씨는 방광을 들어낸 뒤 인조 방광을 만들면 정상적으로 소변을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비뇨기과 방광암클리닉을 찾았다. “소변을 정상적으로 볼 수 있을까요?” 강 씨가 담당 의사를 만나서 한 첫 마디였다.》
○ 소변검사와 방광내시경검사로 확진

방광암의 가장 주된 증상은 통증 없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 드물게 자주 마렵거나, 갑자기 오줌이 마렵거나, 오줌을 눌 때 통증이 생기는 등의 방광 자극 증상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방광염과 비슷하지만 항생제를 복용해도 증상은 그대로다.

특히 40세 이상의 연령에서 혈뇨가 있다면 방광암을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혈뇨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고 현미경으로만 보일 수도 있다. 외국 통계에 따르면 혈뇨 증상을 보인 65세 이상의 환자 4명 중 1명꼴로 방광암이었다.

하지만 혈뇨의 원인으로는 요로결석과 방광염, 요로감염, 신장암, 사구체신염 등 다양하다. 따라서 방광암을 확인하기 위해선 소변세포검사나 초음파검사 방광내시경검사가 필요하다.

의료진은 강 씨를 정확히 진단하고자 2차 검사인 방광내시경을 해 방광 벽에 있는 암 조직을 육안으로 발견했다. 초기 암일 경우엔 내시경 소작기를 이용하여 바로 제거시술을 한다. 그러나 강 씨의 경우 방광암이 안쪽으로 깊이 침범한 상태여서 외과 수술을 해야 했다.

○ 방광대치수술로 인공 방광 만들어

보통 방광을 제거하면 소변이 모이는 곳이 사라진다. 복부에 요관을 내고 소변을 모을 비닐주머니에 달 수 있도록 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가장 안전하고 쉬운 수술이지만 비닐주머니로 인해 일상생활이 매우 불편해지고 삶의 질도 크게 떨어진다.

최근엔 소장을 60cm 정도 잘라 새로운 방광을 만들어 주는 방광대치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요의를 느끼지 못하지만 배에 묵직한 느낌이 나면 배에 힘을 줘 소변을 보면 된다. 겉으로는 일반인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영구 비뇨기과 교수는 “소장을 이용한 방광대치술은 환자의 수술 만족도가 높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획기적인 수술방법”이라며 “방광 밖으로 암 전이가 없고, 남성의 경우 전립선 요도에, 여성은 방광경부에 암이 없으면 시술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로봇수술팀이 방광암 환자에게 소장으로 만든 인조 방광을 삽입하는 방광대치술을 하고 있다. 이 시술로 평생 소변을 모으는 비닐주머니를 배에 차고 다녀야 하는 불편이 없어졌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로봇수술팀이 방광암 환자에게 소장으로 만든 인조 방광을 삽입하는 방광대치술을 하고 있다. 이 시술로 평생 소변을 모으는 비닐주머니를 배에 차고 다녀야 하는 불편이 없어졌다.


○ 다빈치 로봇 수술 가능

강 씨는 수술 3일 전 입원해 관장 등의 수술 전 처치를 받고, 수술 전날에는 충분한 수분과 수면을 취했다. 수술은 다빈치 로봇수술로 진행됐다. 다빈치 로봇 수술을 하면 상처와 출혈이 적고 종양을 더욱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다. 수술 뒤엔 새로 만든 방광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지 검사가 필요하다. 수술 2주 후에 새로 만든 방광에 수액을 주입하여 누수나 천공, 막힘은 없는지 확인한다. 방광대치술은 대부분 남성에게만 시술했으나 최근 이영구 교수는 여성 방광암 환자에서도 다빈치 로봇을 이용하여 성공적으로 방광대치술을 시술하고 있다.

강 씨는 수술 3주 후부터 정상적으로 소변을 볼 수 있었다. 수술 후 정상인과 비슷한 400 cc 정도의 소변을 봤다. 요실금 증상도 전혀 없었다. 강 씨는 자칫 방광을 제거하고 복벽에 비닐 소변주머니를 평생 동안 차고 다녀야 할 뻔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새로 태어난 기분이다. 요즘은 정기적으로 비뇨기과 검진을 다니며, 가족들과 주말 산행을 하고, 친구들과 골프도 즐기고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방광암은 흡연자를 가장 좋아한다▼
발암 가능성 비흡연자의 4배… 흡연기간 갈수록 위험커져

방광암의 가장 주된 원인은 흡연. 남자 환자의 50%, 여자 환자의 31%가 흡연자다. 흡연할 때 체내로 흡수된 발암물질이 소변으로 배출될 때 방광을 계속 자극하기 때문.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4배나 위험성이 높다. 흡연량이 많고 흡연한 기간이 길수록 암의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며 흡연을 중단한 기간이 길면 줄어든다.

그 다음으로 염료, 고무, 직물, 화학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 대개 이들 물질에 노출된 뒤 암의 발생까지 평균 22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양의 인공감미료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도 방광암을 유발할 수 있다. 일부 진통제도 방광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과 유사한 분자구조를 갖고 있어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방광결석이나 만성방광증이나 인공소변줄에 의한 자극도 방광암을 일으킨다. 자궁경부암 등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도 방광암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그 밖에 유전적 요인도 있다.

이영구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금연은 방광암의 예방에 필수”라면서 “화공약품공장이나 염료공장, 고무공장, 직물공장 등에서 장기간 일하는 사람, 미용사, 트럭 운전사, 페인트공 등으로 장기간 종사한 사람들은 방광암 발병률이 높으므로 정기적으로 소변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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