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도 ‘생물공정무역’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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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업체중 12곳만 원료 원산지 밝혀

“올해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화장품의 원료가 되는 식물의 원산지를 정확히 밝힌 기업은 12개사에 불과했습니다.”

25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회 생물다양성총회’ 부대행사에서 스위스의 비영리 국제기구인 ‘윤리적 생물거래를 위한 조합(UEBT)’ 릭 로옌하 대표는 “생물자원에 대한 각국의 소유권이 강화되는 만큼 화장품 기업도 생물다양성에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국의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벨레다, 나투라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이 참여해 개별 사례를 공유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강병영 아모레퍼시픽 고객기술팀장은 “화장품 보습제의 원료로 쓰이는 동백기름은 제주 동백마을에서 공급받는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런 방식으로 노인 인구가 90%를 넘는 동백마을 농민에게 수입을 보장하는 한편 화장품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한스 슈타이슬링거 벨레다 수석연구원은 “매년 장미 4억 송이를 터키 이스파르타 지역의 가난한 농가에서 구입해 보습 크림 원료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8월 아모레퍼시픽은 UEBT와 공동으로 한국, 미국, 브라질 등 7개 국가 소비자 7000명을 대상으로 ‘생물다양성 인지도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응답자 가운데 80% 이상은 ‘원산지에 정당한 대가를 주고 원료를 구매하지 않은 화장품은 사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소비자는 84%가 이같이 답변해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브라질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 팀장은 “2015년쯤엔 ‘기후변화’보다 ‘생물다양성’이라는 용어가 더욱 친숙해질 것”이라면서 “기업의 이윤을 원산지의 농민과 나누는 ‘생물공정무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고야=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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