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 선진국을 향해]쇄빙선 보유… 제2기지 추진… 각국, 공동연구 ‘러브콜’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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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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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아라온호 장기항해땐 기후연구-해수탐사 성과 기대,“연구장비-물자운송에 도움” 쇄빙선 건조후 양해각서 급증

《올해는 우리나라 극지연구가 도약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초 쇄빙선 아라온호가 남북극을 무사히 다녀왔고, 남극 대륙 테라노바 만에 장보고기지를 건설하기로 확정했다. 아라온호는 10일 남극으로 장기 연구항해를 떠나 올해 마지막 임무를 수행한다. 과학 연구와 미래 자원 확보를 위한 우리나라 극지연구를 4회에 걸쳐 짚어본다.》

10일 인천항을 떠나는 아라온호는 최근 남극의 환경변화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아문센 해와 중 앙해령 해역에서 머물며 연구할 계획이다. 자료 제공 극지연구소
10일 인천항을 떠나는 아라온호는 최근 남극의 환경변화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아문센 해와 중 앙해령 해역에서 머물며 연구할 계획이다. 자료 제공 극지연구소
올해 3월 제2남극기지(장보고과학기지)가 건설될 곳이 남극 대륙 서남부의 ‘테라노바 만’으로 결정된 직후 극지연구소는 e메일을 한 통 받았다. 건설 예정지와 불과 10km 떨어진 ‘마리오 추켈리’ 기지를 운영하는 이탈리아 극지연구사업단이 보낸 것이다. 남극에서는 먼저 기지가 세워진 곳 주변에 다른 나라의 기지가 들어오는 것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 연구가 중복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e메일에는 ‘테라노바 만의 해양생태계 연구를 같이하고 싶군요. 코레 아미고(한국 친구)!’라고 적혀 있었다.

○ 극지 연구 인프라 구축하자 국제 양해각서(MOU) 체결 늘어

극지 연구에서 한국의 국제 위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2004년 남극조약 당사국 회의부터 조짐이 보였다. 이 회의에 1997년부터 참석한 안인영 극지연 선임연구부장(외교통상부 환경자문)은 “우리나라가 쇄빙연구선(아라온호) 건조와 제2남극기지 건설을 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동연구를 제안하는 나라가 늘었다”며 “사업이 본격 추진된 2006년부터는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생태계 연구를 같이하자는 이탈리아 연구팀의 제의도 극지연에서 수락하자마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5월에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1차 공동회의를 했으며 11, 12일에는 극지연에서 2차 회의가 열린다. 이탈리아의 극지 연구 경험이나 기술력은 우리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테라노바 만에 먼저 기지를 세운 이탈리아가 우리나라를 반기는 이유는 두 가지다. 안 선임연구부장은 “남극의 특수한 환경과 쇄빙연구선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기술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극은 극한 추위를 자랑한다. 여름이 돼도 바다 위에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떠다녀 쇄빙선이나 비행기가 아니면 오가기 쉽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쇄빙선을 운용하는 나라의 기지가 주변에 있으면 연구 장비나 물자를 운송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바다 위에서 연구가 가능한 아라온호라면 해양생태계를 연구하기에 더 없이 좋다. 실제로 아라온호가 생산설계 단계에 돌입해 본격 건조되기 시작한 2007년 한 해에만 극지연은 해외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에 대한 MOU 10건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모두 7건에 불과했다.


○ 아라온호, 최근 남극 환경 이슈 해역 연구

아라온호의 이번 남극 연구 항해에도 세계 극지연구자의 이목이 집중됐다. 아라온호는 10일 인천항을 출항해 남극세종기지와 테라노바 만 등을 거쳐 2011년 5월 10일에 돌아오는 장기 항해에 나선다. 이번 항해에는 아문센 해와 남극 중앙해령이 포함됐다. 두 지역 모두 최근 남극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상현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곳이다.

남극대륙 서남부에 있는 아문센 해는 최근 빙하가 녹으며 커다란 조각이 계속 떨어져 나오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곳 바닷물의 온도가 유독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지만 상승의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원인으로 두 가설이 제시됐다. 북쪽 바다에서 따뜻한 해수가 유입돼 아문센 해와 맞닿은 빙하를 녹인다는 설과 주변 해저에서 화산활동이 많아져 뜨거운 물이 직접 유입됐다는 설이다.

아라온호와 장보고기지는 우리나라 극지연구 위상을 한 계단 높였다. 두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자 공동연구를 하자는 제안이 쇄도했다. 사진 제공 극지연구소
아라온호와 장보고기지는 우리나라 극지연구 위상을 한 계단 높였다. 두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자 공동연구를 하자는 제안이 쇄도했다. 사진 제공 극지연구소
아라온호는 이번 항해에서 두 가설을 모두 살펴본다. 세종기지에서 테라노바 만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아문센 해에 18일 동안 머물며 빙산이 떨어져 나오는 현상을 관찰하고 이곳 해수의 특성을 연구한다. 장보고기지 건설 예정지에 연구 인력과 관련 장비를 내려놓은 뒤에는 중앙해령으로 이동해 일주일간 각종 탐사를 벌일 계획이다. 진동민 극지연 정책개발실장은 “우리나라가 남극반도 끝에 있는 세종기지만 보유했다면 외국이 먼저 적극적으로 공동연구를 제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세종기지와 장보고기지가 있고 그 사이의 아문센 해를 아라온호가 오가기 때문에 갖는 장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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