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금속, 휴대전화에만 20여종 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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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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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희토류 수출 감축에 전세계 자원확보 비상

《지난달 12일 희토류 금속 세계 소비량의 95%를 공급하는 중국이 갑자기 수출량을 60%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내수산업에 쓰기 위해서다. 그러자 희토류 금속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일본은 이러한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자원경제학자들은 희토류 금속 소비량이 반도체, 하이브리드 차 산업의 성장에 따라 늘어날 것으로 보고 중국 측이 가격을 올리기 위해 수출량을 줄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희토류 금속은 희소금속 중에서도 희소한 광물을 말한다. 희토류 금속은 2008년 지식경제부에서 지정한 희소금속 35개 중 하나로 우리나라도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희토류 금속을 포함해 리튬 등 희소금속은 첨단산업에서 꼭 필요한 재료다. 이 때문에 전 세계가 희소금속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원 확보를 위해 열을 올리는 것이다.》

TV-카메라에도 널리 활용… 정부-업계, 추출효율 높이는 연구 총력

○ 에너지효율 높이고 광섬유에 사용


희토류 금속. 중앙 검은 금속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프라세오디뮴, 세륨, 란탄, 네오디뮴, 사마륨, 가돌리늄이다. 사진 제공 미국 농무부
희토류 금속. 중앙 검은 금속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프라세오디뮴, 세륨, 란탄, 네오디뮴, 사마륨, 가돌리늄이다. 사진 제공 미국 농무부
우리나라는 지난달 28일 세계 최대 리튬 매장국인 볼리비아와 ‘우유니 소금광산의 리튬 산업화 연구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휴대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2차전지의 필수 재료인 리튬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도 광물 확보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희소금속은 매장량이 적어서 매우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렇지만 이 희소금속은 이미 일상생활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호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휴대전화다.

휴대전화에는 20종류가 넘는 희소금속이 들어 있다. 배터리로 쓰이는 2차전지에는 리튬(Li), 코발트(Co), 망간(Mn) 등 5종류 이상이 사용된다. 리튬은 휴대전화 배터리의 25%를 차지한다. 한국파워셀 개발팀 정기영 과장은 “리튬은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빠르고 음극과의 전압차가 커 전지로 만들었을 때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PDP TV에는 희토류 금속에 속하는 이트륨(Y), 란탄(La), 가돌리늄(Gd), 유로퓸(Eu) 등이 들어 있다. 이들은 빛을 내는 성질이 있어 실생활에서 형광체나 에너지 절약형 형광등의 재료로 쓰인다. 독특한 발광 성질을 나타내기 때문에 어떻게 화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다. 유로퓸은 이트륨, 가돌리늄과 섞으면 적색 빛이 나지만 바륨(Ba), 마그네슘(Mg), 알루미늄(Al)과 섞으면 청색 빛이 난다.

TV-카메라에도 널리 활용깵 정부-업계, 추출효율 높이는 연구 총력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인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광산.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지난달 28일 볼리비아 국영 광업사와 협약을 맺고 리튬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사진 제공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인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광산.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지난달 28일 볼리비아 국영 광업사와 협약을 맺고 리튬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사진 제공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
광학적 특성이 우수한 희토류 금속은 카메라 등에 많이 활용된다. 란탄을 첨가한 유리는 굴절률이 높고 빛이 퍼지는 정도가 낮아 고급 카메라나 캠코더 카메라 렌즈에 쓰인다. 가돌리늄이나 에르븀(Er) 같은 희토류 금속들은 광섬유를 제작하는 데 활용된다. 가돌리늄이나 에르븀이 미량 첨가된 광섬유는 전송 손실이 일반 광섬유의 1% 수준으로 낮다. 세륨(Ce)은 반도체 표면이나 휴대전화 액정화면을 매끈하게 연마하는 표면 광택제로 쓰인다. 네오디뮴(Nd)은 레이저 빛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된다.

○ “2012년엔 국내 바다서도 리튬 생산”


문제는 수입이 불안정한 희소금속을 대체할 물질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희소금속은 생산지가 미국이나 중국, 아프리카 등 일부 국가에 한정돼 있다. 특히 희토류 금속은 전 세계 매장량의 80%가 중국에 묻혀 있다. 전 세계가 무역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강원 홍천군이나 충북 충주시 인근 광산에서 희토류 금속이 매장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내광물자원연구실 고상모 실장은 “우리나라는 광물 속 희토류 금속 함유량(품위)이 1∼2%로 낮아 품위가 8∼9%에 달하는 중국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는 희소금속의 추출 효율과 이용 효율을 높이는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이번에 볼리비아와의 계약이 성사된 것도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리튬 개발 기술 덕분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침전제와 흡착제를 이용해 물을 증발시키기 어려운 우유니 지역에서도 순도 높은 리튬화합물을 분리해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해수용존자원연구팀 정강섭 박사는 “이 기술로 2012년에는 국내 바다에서도 리튬을 상업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광물자원공사 김선수 박사팀은 이트륨, 세륨 같은 희토류 금속을 입자 크기가 1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 분의 1m) 미만인 미세한 구형분말 형태로 가공하는 기술을 개발해 올해 초 중국의 특허를 받았다. 이트륨은 PDP나 발광다이오드(LED)의 형광체 역할을 하는데, 구형으로 제작하면 빛이 균일하게 뿜어져 나올 수 있고 보는 각도에 따라 빛의 세기가 달라지는 현상도 줄어든다. 세륨 입자를 작은 구형으로 제작하면 반도체 표면에 광택을 낼 때 표면에 흠집이 생기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김신종 사장은 “희토류 금속에 대한 기술재산권을 확보해 희토류 시장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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