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만에 떠올린 영상통화 아이디어 40년뒤에야 노벨상

동아일보 입력 2010-07-30 03:00수정 2010-07-30 12:37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미스박사 “당시엔 인기 없었죠”
1969년 어느 날 오후. 그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는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2주 뒤, 그의 손에는 상대의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 있는 텔레비전 전화기(picture phone)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다시 40년 뒤, 그의 목에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임을 드러내는 메달이 걸려 있었다.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 영상정보로 만드는 전하결합소자(CCD)라는 ‘그 아이디어’ 덕분이다.

28일 오전 세계반도체물리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CCD를 개발하여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조지 스미스 박사(사진)를 만났다. 스미스 박사는 “CCD의 기본 원리는 마치 ‘유레카 순간’처럼 머릿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벨연구소에서 메모리를 개발하던 중 불현듯 CCD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는 “CCD가 공전의 히트를 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CCD는 디지털카메라 확산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허블우주망원경, 케플러우주망원경 등에 탑재돼 우주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데도 큰 공을 세웠다. 그는 “27일 서울 상암동 벨연구소를 방문했는데 음성인식용 통신 시스템에까지 CCD를 적용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미스 박사가 CCD를 이용해 가장 먼저 내놓은 텔레비전 전화기는 당시 별 인기를 끌지 못했다. 가격이 너무 비쌌을 뿐만 아니라 영상 통화에 대한 수요도 적었기 때문이다. 그는 “텔레비전 전화기 연구를 중단한 뒤 곧바로 메모리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사이즈를 줄이는 연구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주요기사
스미스 박사는 1986년 벨연구소를 은퇴한 뒤 ‘선장’으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늘 항해를 동경해 왔다”는 그는 은퇴한 해에 길이 10m가량 되는 보트를 구입해 부인과 함께 세계 일주를 했다. ‘아포지(Apogee)’라고 이름 붙인 보트를 타고 그가 17년간 방문한 나라만 40여 개. 항해 거리로는 10만 km쯤 된다.

그는 “물리학자의 삶과 선장의 삶 모두 포기할 수 없다”면서 “(나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유일한 선장일 것”이라며 웃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