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원료 비타민, ‘합성’과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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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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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추출물 표시 여부로 구별
비타민 B-C, 효과 거의 같지만
A-D-E-K, ‘천연’이 흡수 빨라

표기방법-효과로 본 차이점

《밖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에 고현정이 창문을 연다. 하늘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비타민. 이때 고현정은 단 하나의 비타민을 손바닥에 받은 채 이렇게 말한다.

“나, 고현정. 비타민은 천연원료가 아니면 절대 안 먹는다. 비타민은 몸이 먹는 푸드니까. 처음 만나는 천연원료 비타민과 미네랄.” ‘고현정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이 제품은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천연원료 비타민’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지금까지 우리가 약국과 인터넷에서 봤던 대다수의 비타민 제품도 ‘천연’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에서 ‘천연 비타민’이라는 검색어를 클릭하면 각종 건강식품 제조업체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어떤 비타민제를 천연이라고 볼 수 있는 걸까.》

○ 엄격한 의미의 ‘천연 비타민’은 없어

합성 비타민보다 가격이 서너 배 비싼 천연원료 비타민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비타민B, C의 경우 천연과 합성이 효과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반면 비타민A, D, E, K의 경우 천연이 합성보다 흡수율이 빠르고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합성 비타민보다 가격이 서너 배 비싼 천연원료 비타민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비타민B, C의 경우 천연과 합성이 효과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반면 비타민A, D, E, K의 경우 천연이 합성보다 흡수율이 빠르고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캡슐로 만든 비타민 제품 중 국내에서 ‘천연 비타민’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 비타민은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규정에 따르면 인공향, 합성착색료, 합성보존료 등이 없으며 화학적 공정을 거치지 않고 만든 비타민제만 ‘천연’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

이같이 엄격한 국내의 ‘천연’ 규정 때문에 미국에서 ‘천연(Natural)’ 제품으로 국가 인증을 받은 것도 국내에서는 ‘천연’이라고 할 수 없다. ‘고현정 비타민’이 천연 비타민이 아니라 천연원료 비타민이라고 광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천연원료 비타민과 합성 비타민은 표기 방법에서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천연원료 비타민은 ‘아세로라 추출분말(비타민C 17% 함유)’이라는 식으로 ‘천연성분(함유량)’을 표시한다. 천연원료를 부원료로 쓰고, 합성 비타민을 주원료로 쓰는 ‘천연+합성 비타민’의 경우엔 ‘아세로라 추출분말, 비타민C 500mg’처럼 ‘천연성분, 합성 비타민 함량’을 표기한다.

반면 화학적으로 합성한 비타민일 경우 ‘비타민B1 100mg’ ‘아스코르빈산’처럼 ‘단일 비타민 성분과 함량’을 표시한다. 비타민D의 경우 ‘생선오일(Fish Oils)’이라는 말이 있다면 천연 비타민이지만, ‘에르고스테롤’ ‘칼시페롤’ 등이라고 쓰여 있다면 합성 비타민이다.

○ 가격 대비 효용성 고려해 골라야

합성 비타민은 천연원료 비타민보다 효과가 떨어질까. 천연원료 비타민C 1000mg 한 알을 얻으려면 감귤 34개가 필요하다. 원가가 많이 들기 때문에 가격도 비싸다. 고현정 비타민도 합성 비타민에 비해 3∼4배 비싸다. 전문가들은 비타민B와 C의 경우 합성 비타민과 천연원료 비타민의 효과가 거의 같다고 말한다. B와 C는 굳이 비싼 돈 들여서 천연원료로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

반면 비타민A, D, E, K의 경우 천연이 합성보다 흡수율이 빠르고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특히 비타민E는 천연이 합성보다 효과가 2배 이상 뛰어나다는 평가다. 비타민A도 합성에 비해 혈중 흡수율이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흡수율에서는 합성 비타민이 천연원료 비타민보다 떨어지지만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따라서 비타민을 고를 때 가격 대비 효용성을 고려해 비타민을 고르는 것이 좋다.

○ 과용하면 모두 부작용

2007년 2월 덴마크 코펜하겐대 병원 젤라코비치 박사팀은 23만 명을 대상으로 3년 3개월간 연구한 결과 ‘합성 비타민을 많이 먹으면 사망률이 5% 이상 높아진다’는 충격적 결과를 내놓았다. 의학계에선 이를 놓고 ‘코펜하겐 쇼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코펜하겐대 병원이 실험에 쓴 비타민 양이 일반적으로 섭취하는 양보다 훨씬 과했다는 점 등 반론도 적지 않다. 또 천연원료 비타민을 같은 방식으로 조사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합성 비타민만 부작용이 있다고 할 순 없다는 것. 천연원료 비타민도 많이 먹으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제품에 표시된 섭취량, 섭취방법 및 주의사항을 꼭 따라야 한다.

(도움말 권오중 비타민엠디 대표 & 레알권오중여성외과 원장)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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