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아하, 이약!]차세대 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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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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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드라마’가 일본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시청자들이 우스개로 꼽는 ‘한국 드라마의 3대 요소’가 있다. 출생의 비밀, 재벌과 캔디 같은 여주인공의 로맨스, 그리고 백혈병이다. 최근에는 드라마의 소재가 다양해졌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백혈병에 걸린 여주인공이 많았다. 송혜교 주연의 ‘가을동화’, 최지우 주연의 ‘아름다운 날들’이 있었고 김희선은 ‘안녕 내사랑’과 ‘세상 끝까지’에서 두 번이나 걸렸다. 김현주 주연의 ‘유리구두’에 이어, 최근에는 소녀시대 윤아도 ‘너는 내운명’에서 백혈병을 연기했다.

‘여주인공이 백혈병에 걸린다’는 설정은 백혈병으로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밖에 못 산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혈병 치료제가 진화하면서, 환자들의 수명을 늘리고 있다.》

■ 만성골수성백혈병 ‘2차 치료제’로 각광

2001년 조혈모세포 내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로 ‘글리벡’이 등장했다. 과거에는 백혈병 환자들은 골수이식의 기회가 오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표적항암치료제 글리벡의 등장으로 환자들에게도 희소식이었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골수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최근엔 글리벡, 스프라이셀 등 표적 항암치료제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스프라이셀이 글리벡만큼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사진제공 한국BMS
만성골수성백혈병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골수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최근엔 글리벡, 스프라이셀 등 표적 항암치료제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스프라이셀이 글리벡만큼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사진제공 한국BMS
그러나 글리벡 치료를 받으면 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환자 10명 중 2명은 처음에 비해 약물효과가 떨어졌다.

글리벡에 내성이 생겼거나 글리벡으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를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차세대 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성분명 다사티닙)’이다. 스프라이셀의 장점은 암 단백질을 광범위하게 억제할 수 있다는 점. 이 때문에 유럽 백혈병연구위원회(European Leukemia Net)는 지난해 만든 최신 치료법 개정안에서 글리벡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스프라이셀을 쓸 것을 권장했다.

하루 두 알 복용 미국 임상 실험서
복용환자 77%가 백혈병 일으키는 염색체 사라져


■ 글리벡보다 치료효과 높다는 연구 나와

미국 시카고에서 4∼8일 개최된 제46차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는 스프라이셀이 단순히 2차 치료제뿐 아니라 1차 치료제로서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소개됐다.

환자 519명에게 글리벡과 스프라이셀을 각각 1차 치료제로 사용한 임상시험 결과, 스프라이셀 100mg을 복용한 환자 77%에게서 만성골수성 백혈병을 일으키는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반면에 글리벡(400mg 복용)은 환자 66%에게 효과가 있었다. 2차 치료제로 알려진 스프라이셀의 효과가 글리벡보다 효과적이라는 점을 입증한 연구결과였다. 필라델피아 염색체는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일으키는 변형 유전자. 이 염색체가 완전히 제거됐다는 것은 치료제가 효과가 있었다는 뜻이다.

이번 임상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뉴잉글랜드 의학저널’ 최신판에도 동시에 소개됐다.

한편 이번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는 스프라이셀을 장기 복용한 환자들에 대한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글리벡에 내성 및 부작용을 보이는 만성기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1일 1회 스프라이셀 100mg을 4년간 투여한 결과 생존율이 82%였다. 이창희 한국BMS제약 상무는 “3년 이상 글리벡을 복용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이 대거 참여해 얻은 결과여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 복용 간편성 높여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치료 초기 단계부터 표적항암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좋은 치료 경과를 볼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러나 치료 현장에서는 꾸준히 약을 복용하지 않는 환자들도 상당수다. 표적항암제를 복용하면 건강상태가 회복되고 정상생활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좋아졌다고 방심해 약을 제대로 챙겨먹지 않는 것.

스프라이셀은 1일 1회 100mg를 복용하면 된다. 음식의 섭취 여부와 관계 없이 환자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두 알만 복용하면 된다. 50mg 한 정당 4만 6000원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오해와 진실
만성골수성백혈병에 대해서는 오해도 많다. 상당수는 의학적인 근거가 없는 편견일 때도 있다.


▽백혈병은 아이들 혹은 연약한 여자만 걸린다?


TV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때문에 백혈병은 핏기 하나 없는 얼굴의 젊은 여성만 걸린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전체 성인 백혈병의 25%를 차지하는 만성골수성백혈병의 평균 발병 연령은 45∼50세이다. 그래서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성인형 백혈병이라고 부른다. 또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기도 하다. 1984년부터 2006년까지 22년간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치료받은 환자의 성별을 분석한 결과 여성보다 남성이 약 1.6배 많았다.

▽백혈병은 부모로부터 유전되는 병?

백혈병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부모로부터 유전된다는 관측도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의 발생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염색체 이상이다. 9번 염색체와 22번 염색체의 일부가 서로 자리바꿈을 할 때에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해 필라델피아 염색체(Ph)라는 비정상적인 염색체를 생성한다. 필라델피아 염색체 속에 들어 있는 BCR-ABL 유전자는 백혈구 암세포를 생산하는 명령을 내린다. 유전자에 상처가 생겨 발생하므로 유전과는 상관없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급성백혈병’이 만성화된 결과?

백혈병은 크게 진행상태에 따라 급성과 만성이 있다. 급성과 만성이 주는 어감 때문에 급성 백혈병이 만성화되면 만성 백혈병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둘은 발병 원인이나 증상, 치료 등 모든 면에서 특징이 전혀 다르다. 급성 백혈병은 초기 단계부터 빈혈, 발열, 출혈, 피로 등 증상이 나타난다. 무균실에서 급히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반면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초기에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진단이 어렵다. 건강검진이나 혈액검사 도중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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