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치료법이 바뀐다]분야별 전문의 모여 ‘암 최적치료법’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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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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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치료-연구-임상시험 등
교수들이 환자별 ‘팀’ 꾸려
로봇 등 정교한 수술법 확산

《암 치료의 트렌드 변화가 괄목(刮目)할 만하다.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외과 내과 등 과별로 치료를 맡는 방식에서 여러 과가 협력해서 치료하는 ‘다학제 협진’ 방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널리 쓰이는 방식으로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또 암 투병 과정을 덜 고통스럽게 하고, 암 환자의 웰라이프를 위해 암 치료 후에도 가급적 정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동아일보와 서울성모병원 가톨릭암병원이 공동으로 암의 치료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위암 간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6대 암의 최신 치료법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5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외과,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서울성모병원 대장암 치료팀이 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성모병원
외과,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서울성모병원 대장암 치료팀이 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성모병원
김모 씨(62·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최근 변비와 항문 출혈로 동네병원에 갔다가 직장암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울성모병원 외과를 찾았다.

하지만 김 씨가 안내받은 곳은 대장암팀이었다. 외과,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대장암팀은 즉시 김 씨의 검진을 시작했다.

검사 결과 직장암 3기. 종양이 항문 가까이 있어서 수술 시 항문을 없애기로 했다. 대장암팀은 삶의 질을 고려해 방사선 치료, 항암제 등을 먼저 시행해 수술 때 항문을 최대한 살리기로 했다. 김 씨는 “검사와 진단이 하루 만에 끝나고 진단 3일째 치료를 시작했다”며 “무엇보다 항문을 보존하고 성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 다학제 협진, 환자 개개인 최적의 치료 제공

김 씨가 치료받은 형태는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M D 앤더슨암센터 등 유명한 암센터에선 보편적인 방법이다. 진단 치료 연구 환자관리 임상시험 기초과학 등 각 분야의 교수들이 모여 환자를 위한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것. 국내에서도 외과, 비뇨기과 등 과별 중심 치료에서 점차 다학제 협진으로 바뀌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가톨릭암병원은 위암, 대장암, 폐암, 간담췌암, 유방암, 부인암, 갑상샘암, 두경부암, 골연부조직종양, 뇌신경종양, 비뇨기암 등 11대 암팀과 조혈모세포이식센터로 구성해 협진한다. 물론 다학제 협진을 국내 의료 시스템에 적용하는 데는 장애물이 있다.

전후근 서울성모병원 가톨릭암병원장은 “다학제 협진 시 한 환자의 치료를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함에 따라 의료진이 환자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면서 “진료에 참여한 모든 의사에게 동일한 수가 적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 환자 피해 최소화, 수술 콘셉트의 변화

암 환자의 수술방법도 최근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배를 째는 개복수술은 수술로 인한 출혈과 감염 발생의 위험, 수술 후 통증, 장기 입원, 흉터를 감수해야 했다.

최근 등장한 복강경 수술, 다빈치 로봇수술은 절개부위를 줄여 출혈이 적고, 수술 후 통증과 감염 위험이 적으며 회복이 빠르다.

초기 위암과 대장암도 45% 이상 복강경으로 수술한다. 대장암은 암이 옆의 장기로 퍼졌거나 너무 큰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3, 4기까지도 복강경 수술이 가능하다. 또한 자궁경부암,자궁내막암, 전립샘암, 간암 등에도 복강경이 사용된다.

다빈치 로봇 수술은 의사가 외부의 로봇 조종석에 앉아 540도로 돌아가는 4개의 로봇 팔을 이용해 수술한다. 인간의 손에 비해 떨림이 없고 정밀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환자의 몸 안으로 특수 카메라를 넣어 환부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10∼15배 크게 볼 수 있다.

이런 장점으로 전립샘암 수술에 가장 많이 사용한다. 전립샘 주위 신경이나 혈관의 보존, 방광과 요도를 이어주는 수술엔 다빈치 로봇수술이 훨씬 정교하다. 아직 초창기지만 방광암, 갑상샘암, 위암, 대장암, 직장암,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폐암 등에도 시도되고 있다.

○ 수술 없이 치료한다

최근엔 수술 없이 방사선을 이용해 종양을 제거하는 첨단 치료 장비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종양 부위엔 강한 방사선을 쪼이면서 주위의 정상조직엔 방사선 양을 줄이는 것. 이로 인해 부작용도 획기적으로 줄이고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 부위에 암이 재발할 때 재치료가 가능하다. 또 폐암과 같이 종양이 호흡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 그 폭을 계산해 방사선 치료를 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토모세러피, 래피드아크, 사이버나이프 등이 있다. 토모세러피와 래피드아크는 방사선 세기를 조절하는 치료법에 컴퓨터단층촬영(CT) 기능을 추가해 호흡 등 신체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계산해서 암 부위에 정확하게 방사선을 쪼여준다. 종양 크기가 작은 두경부암, 폐암, 간암, 전립샘암, 췌장암의 경우에는 수술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 신체 여러 곳에 종양이 흩어져 있는 경우에도 한꺼번에 치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이버나이프는 로봇팔을 이용하여 단기간에 강한 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쪼여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점차 뇌종양 수술을 대체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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