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1단이 문제? 나로호 원인규명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0일 2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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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ㆍ소방시설 밤샘점검 '무리한 강행' 비판 불거져
조속한 원인규명 힘들 듯…3차 발사도 보장 못 해

'1차 발사 페어링 미분리, 2차 발사 1단 연소구간인 이륙 137초에 폭발추락'

어쨌든 이번 2차 발사 종료로 우리 정부가 2002년부터 야심적으로 추진해온 러시아와의 우주발사체 나로호 공동개발 사업의 성적표가 일단 나왔다. 나로호는 성적의 절대치도 중요하지만, 성적표의 내용도 무시할 수 없다.

러시아와의 계약상으로 1, 2차 발사에서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러시아 측이 1단부로켓을 무상제공토록 돼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번 결과를 놓고 볼 때 두 번의 발사에서 1번은 '발사임무 실패'로 나타났음이 분명해졌다.

그러면 러시아 측은 무상으로 1단을 제공해주고 3차 발사가 순조롭게 준비될 것인가. 현재로서는 이번 2차 발사의 실패는 러시아 측에 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브리핑에서 "나로호는 1단 연소 구간에서 비행 중 폭발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3차 발사를 준비토록 하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우선 이를 자세히 보면, 지난해 8월 25일과 이번 10일에 이뤄졌던 1, 2차 발사 결과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1차 발사 때는 2단부와 탑재 위성과의 분리라는 마지막 발사진행 단계까지 간 만큼 성적표 자체는 이번보다 훨씬 좋았다.

하지만 이른바, 책임 소재만큼은 우리가 상대적으로 불리했다. 위성을 보호하는 덮개인 페어링은 전적으로 우리가 개발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번 2차 때는 페어링도 분리해 보기 전에 '폭발 추락'하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반면 책임 규명에 있어서는 우리가 만든 페어링을 분리해 보기도 전에 러시아가 전적으로 개발해온 1단부가 연소하는 구간의 이륙 137초후 폭발 추락했다는 점에서 훨씬 우리의 부담은 적다는 게 정부의 입장으로 보인다.

정부는 나로호의 세부 비행상태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으며 한러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원인 규명을 본격적으로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불구, 원인 규명 작업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제주도 남단 방향으로 외나로도로부터 약 470㎞ 지점의 공해상에 떨어졌을 것으로 보이는 잔해물 수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수거 잔해물에 대한 분석도 러시아 측이 주도하는 것으로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어떤 분석결과가 나올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원인 분석 작업이 수개월 이상 걸릴 것이란 우려도 벌써 나온다. 지난해 1차 발사에서 문제가 됐던 페어링 미분리 문제도 최종 보고서를 낼 때까지 5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런 원인 규명의 어려움에도 불구 우리 정부도 '또 다른 측면의 책임'을 피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무리하게 발사를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진작, 이번 2차 발사를 실행하기 전 갑자기 불거진 나로호 발사대 소화장치 오작동 문제는 7일 나로호 기립 작업에서 전기적 신호의 불안정이 나타난 것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즉, 전기적 신호의 불안정 문제를 충분히 점검하지 않고 새벽 1시까지 점검을 진행하며 무리하게 발사를 강행했다는 것. 당초 정부는 기립작업이 5시간 가까이 지연되자 발사가 어려울 수 있다고 발표했다가 수십 분내 기립 후 점검 작업을 벌이겠다고 수정했다.

이에 대해 항우연은 발사대 현장 관계자들과 자료 분석 작업반의 시차로 인해 벌어진 '해프닝'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당초 나로호 2차 발사일이었던 9일에는 발사대 소화장치 오작동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소화장치 오작동으로 발사체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이후 충분히 분석, 보완했다며 곧바로 발사를 강행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새벽 늦게까지 비행시험위원회, 관리위원회 비상회의를 열어 대책을 숙의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관련 연구원들을 두번이나 밤샘 작업을 시키며 피로를 누적시키는 것은 아닌지 지적했었다.

이와 별개로 3차 발사와 관련해서는 양측간 비용문제가 피할 수 없는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나로호 개발은 사업기간이 2002년 8월에서 2010년 10월로 잡혀 있다. 총 사업 예산은 5025억원으로 여기에는 우주발사체 시스템 설계 및 제작, 시험을 비롯해 고체 킥모터 개발, 위성의 궤도 투입 및 운용기술 확보 등을 포함돼 있다.

이를 요약하면 나로호의 핵심 동력인 액체엔진 로켓의 1단부는 러시아가 전적으로 개발했고 2단부 고체연료 로켓은 우리가 자력 개발해왔다.

따라서 3차 발사가 진행될 경우 러시아 측은 별도 자신들의 추가 비용으로 1단을 제작해 우리 측에 제공해야 한다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2단부와 '세번째 과학기술위성 2호'를 제작해야 하는 우리도 3차 발사를 위해 추가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점은 '이런저런 문제'를 러시아 측에 강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정부가 명쾌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나로우주센터에는 160명의 러시아 연구원들이 체류하고 있으며, 러시아 정부 측은 이런 체류 비용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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