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열지 않고 심장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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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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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국내 첫 혈관확장 스텐트 시술 성공
인공판막치환술-카바수술 등 치료법 3파전 예고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박승정 병원장(오른쪽), 심장내과 김영학 교수팀이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스텐트 시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박승정 병원장(오른쪽), 심장내과 김영학 교수팀이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스텐트 시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박승정 병원장과 심장내과 김영학 교수팀이 혈관확장용 스텐트(그물망)를 이용해 중증 심장 질환인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를 치료했다. 국내에서도 가슴을 열지 않고 심장 수술에 성공한 것. 이에 따라 인공판막치환술, 카바수술과 함께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법의 3파전이 예상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혈액이 심장에서 전신으로 나가는 가장 큰 혈관의 출입구가 막히는 병이다. 혈관이 좁아지면서 출입구가 잘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는다. 지금까지는 주로 가슴을 열고 수술을 해야 했다. 고령자가 많이 걸리지만 최근에는 젊은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 분야에서 가장 오래된 치료법은 인공판막치환술이다. 문제가 된 판막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인공판막을 끼워 넣는 방식이다. 오랜 기간 실시했기 때문에 안전성이 어느 정도 입증됐지만 평생 항응고제를 먹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건국대병원의 송명근 교수는 기존 인공판막치환술의 단점을 극복했다며 카바수술법을 내놨다. 손상된 판막 주변에 특수 링을 대는 방식이며 낡은 판막의 일부만 교체한다. 일종의 판막 성형수술인 셈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아직까지도 안전성 논란이 끝나지 않았다.

최근 송 교수의 카바수술에 쓰는 재료 세트가 유럽의료기기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마크(CE인증)를 받았다. 송 교수 측은 임상시험 없이 바로 수술을 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하다는 사실을 유럽이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인공판막수술보다 카바수술의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1월 발표했던 한국보건의료연구원도 카바수술을 중단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안전성 논란과 별도로 환자들은 두 가지 방법 모두 가슴을 여는 수술이라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80세가 넘은 고령자나 지병이 있는 환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스텐트 시술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 시술은 외국에서는 이미 2002년 성공했으며 현재까지 1만5000여 건의 성공사례가 발표된 바 있다.

서울아산병원 박 교수팀은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외과수술을 받을 수 없었던 고령 환자 4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시술은 평균 1시간 정도 걸렸고 수술 후 입원기간은 3일 정도였다. 병원 측은 “환자 3명은 수술 후 1개월이 지나도록 통증이나 운동장애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1명은 스텐트가 확장되지 않아 인공판막치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이 시술법이 성공함에 따라 ‘인공판막치환술 대 카바수술’로 나뉘어 벌이던 논쟁도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병원 관계자는 “앞으로 여러 대형병원에서 스텐트 시술법을 도입하게 되면 극단적인 논쟁은 줄어들고 세 가지 치료법의 장단점을 학술적으로 논의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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