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성형수술의 세계]<②손발>인대-근육 손상땐 이식범위 넓어 첫수술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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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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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엔 관절 많아 후유증 커… 마음에도 상처
흉터 성형수술은 사고 6개월 뒤에 바람직

화상으로 피부 근육이 오그라든 손을 성형수술한 환자를 상대로 의료진이 수술 부위를 소독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으로 피부 근육이 오그라든 손을 성형수술한 환자를 상대로 의료진이 수술 부위를 소독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김모 씨(35·강원 화천군)는 8세 때 뜨거운 숯 위로 넘어져 양손과 팔꿈치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오른쪽은 손바닥부터 팔꿈치까지 피부가 오그라들면서 바깥쪽으로 뒤틀렸다. 왼손은 엄지와 검지를 뺀 세 손가락이 손바닥에 들러붙었다. 세면이나 숟가락질은 겨우 할 수 있지만 손가락을 이용한 다른 활동은 거의 불가능했다. 자신감이 떨어지다 보니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27년 가까이 방치했던 화상 흉터를 없애기 위해 최근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쉽지 않았다. 피부 이식만 3차례 해야 했다. 모든 수술이 끝나고 6개월이 지났다. 김 씨는 평생소원이던 젓가락질을 서툴게나마 할 수 있게 됐다. ‘조금이라도 어렸을 때 수술을 했더라면 뼈가 뒤틀리는 장애는 없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남는다.》○ 손발 화상이 특히 후유증 심해

손과 발이 우리 몸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채 10%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어떤 부위보다 활동량이 많다. 신체 가운데 가장 부지런히 사용하는 부위이기 때문에 화상 사고에 노출될 확률도 그만큼 높다. 또 다른 부위보다 관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피부와 뼈 사이의 공간이 적다. 일단 화상을 입으면 후유증이 심할 수밖에 없다.

손발 화상환자가 느끼는 심리적인 고통도 크다. 특히 손은 얼굴과 함께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는 부위다. 화상 흉터 때문에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에 있어 상당한 두려움을 느끼거나 위축될 수 있다.

화상으로 인해 손을 제대로 쓸 수 없다면 부작용은 더 크다. 무엇보다 손이 자유롭지 못해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 직장인의 경우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많은 화상환자들이 퇴원한 후에도 불안, 우울, 무력감, 분노, 죄책감, 낮은 자존감 등으로 고통을 겪는다.

○ 성형수술은 6개월 이후 받아야

화상을 당해 피부가 오그라들거나 관절의 운동 범위가 줄어들면 누구나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받고 싶어 한다. 화상 사고 이후 즉각 수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화상을 입은 후 곧바로 성형수술을 할 수는 없다.

보통 수술은 6개월∼1년 후에 실시한다. 붉고 딱딱하며 두터운 흉터 조직이 이 기간이 지나면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이 상태가 되면 제거해야 할 흉터 부분이 많이 줄어 피부를 이식하는 면적도 작아진다. 이 ‘유예기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수술하면 피부 이식 과정이 복잡하고 출혈도 많으며 수술 결과도 좋지 않다.

유아나 어린아이는 정상 피부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흉터 조직의 성장 속도가 훨씬 더디다. 따라서 1차 수술 외에 성장하는 속도를 봐 가면서 단계적으로 2차와 3차 수술을 해야 한다.

○ 손발 화상성형 수술방법


6개월 이상 기다린 후 성형수술을 받는다 해도 그 과정이 쉽지는 않다. 화상으로 오그라든 피부를 펼쳐주고, 모자란 피부는 신체의 다른 부위에 있는 피부를 떼어다 붙인다. 이 피부이식술이 가장 널리 시행되는 시술이다.

손과 발은 화상으로 인대나 근육도 상하기 쉽다. 이 경우 활동에 지장을 받기 때문에 피부 이식을 넓게 하는 경향이 있다. 대체로 화상 부위에 피부 두께가 가장 비슷한 사타구니 주변의 피부를 떼어 내 이식한다. 만약 수술이 허술하게 이뤄지면 손발 피부와 유사한 피부를 다시 찾아내는 게 쉽지 않다. 따라서 첫 수술 때부터 세밀하게 작업이 이뤄지도록 전문적인 병원을 잘 찾는 게 중요하다.

전기 화상 등 심한 화상으로 인대나 뼈가 노출됐다면 다른 피부를 떼어내 이식하기보다 바로 옆에 있는 조직을 활용하는 방법을 많이 쓴다. 때로는 현미경을 통해 보면서 혈관을 연결함으로써 조직을 보충하는 시술도 한다.

화상의 정도가 심하면 손가락이 절단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엄지와 검지가 절단되면 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 두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손이 제 역할을 하는 비중이 60%가 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손가락이 절단되면 손가락의 길이를 늘이기 위한 시술이 필수적이다.

뼈의 길이를 늘이기 위해 이미 잘린 손가락을 다시 연결하는 시술을 한다. 잘린 손가락은 관절이 없기 때문에 수술이 끝나도 구부리거나 펴는 등 완전한 기능을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물건을 잡는 등 최소한의 기능은 할 수 있다.

손이 제 기능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항상 외부에 노출되기 때문에 미용적인 측면도 신경 써야 한다. 치료 후 색소가 탈색돼 흉터가 보기 싫게 남았을 때는 특수 피부이식을 시행하기도 한다.

(도움말=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성형센터 장영철 교수)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화상환자 생활 수칙

① 자외선 차단제와 옷, 모자를 이용해 흉터 부위의 피부착색을 막는다.
② 흉터 부위를 청결히 하고 보습제를 발라 항상 부드럽게 유지한다.
③ 관절 부위는 기능이 떨어지지 않도록 매일 꾸준히 스트레칭을 한다.
④ 정기적으로 명상과 취미 활동을 함으로써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다.
⑤ 화상흉터를 성형할 때는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의료기관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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