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태 감시 - 인명구조… ‘바다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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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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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먼 바다에서 어선이 좌초됐답니다!”

어선의 구조신호를 받자 국립수산과학원 수산해양종합정보과 직원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일단 어선의 위치로 위그선 형태의 무인비행기를 띄운다. 이 비행기는 바퀴 대신 물에 뜨는 보트가 달려 있어 바다에서 이착륙이 가능하다. 비행기는 시속 100km로 날아 사고현장에 도착해 영상을 보낸다. 적조나 해파리 떼 이동을 감시하는 무인비행선도 사고해역으로 이동한다. 비행선은 1km 상공에서 초고해상도 카메라로 사건현장과 주변을 관찰할 수 있다. 반잠수정 형태의 무인선박도 구명장비를 싣고 사고 해역에 도착한다.

위의 상황은 아직 가상이다. 하지만 해양환경을 감시하는 무인비행기, 무인비행선, 무인선박 삼총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남해안의 환경파수꾼으로 은밀히 활약하고 있다. 배헌민 연구관은 “헬기 대신 항공촬영을 하고 잠수부 대신 물속 환경을 조사하며 해상사고에 구조장비를 보내는 등 환경파수꾼 삼총사는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정지궤도 인공위성처럼 활약하는 무인비행선

사진 제공 국립수산과학원
사진 제공 국립수산과학원
가장 높은 곳에서 바다를 감시하는 파수꾼은 무인비행선이다. 비행선은 공기보다 가벼운 헬륨가스를 이용해 1km 높이로 올라간 뒤 초고화질(full HD)급 고해상도 카메라로 해상을 감시한다. 1km 상공은 바람 방향이 일정해 영상이 흔들릴 염려가 없다. 문제는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이다. “가볍고 강도가 높은 고강도 케이블을 개발해 비행선을 띄우고 있다”고 배 연구관은 말했다. 연구팀은 케이블에 광섬유를 넣어 비행선에서 촬영한 영상을 배나 지상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했다. 또 카메라를 직접 조종해 특정 지역을 확대해 볼 수도 있다.

무인비행선은 지난해 바다사막화의 주범인 ‘갯녹음’ 현상을 관찰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갯녹음은 바다 밑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배에서는 찾기 어렵다. 하지만 1km 상공에서 보면 바다색이 변한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배 연구관은 “무인비행선은 적조나 해파리의 이동 등을 감시하고 있다”면서도 “고속도로의 통행량을 분석하는 데에도 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무인파수꾼 삼총사로 해양환경 입체감시


무인비행선이 정찰대라면 무인비행기는 빠른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해 임무를 수행하는 기동대다. 비행거리는 200km가 넘으며 좌표를 입력하면 위성항법장치를 사용해 자동으로 이동한다. 특히 경유지를 1000곳 정도 미리 입력할 수 있다. 수산과학원은 현재 무인비행기가 목표를 따라 스스로 경로를 바꿀 수 있는 항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하늘을 날다 고래나 해파리 떼를 찾으면 추적하며 촬영하기 위해서다. 배 연구관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면 불법 조업을 하는 선박을 추적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무인선박은 목표 해역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는 돌격대다. 반잠수정 구조인 무인선박은 태풍이 몰려와도 거센 파도와 비바람을 뚫고 목적지에 도착한다. 물이 스며들지 않고 무게중심이 배 밑에 있어 뒤집어져도 이내 원래대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무인선박은 배 밑으로 뻗어 나오는 로봇팔로 해수를 채취한다. 최대 10m까지 늘어나는 로봇팔에는 카메라도 달려 있다. 최근 수산과학원은 기존 무인선박보다 큰 3.4m급 선박을 제작했다. 바다 환경 관찰뿐만 아니라 풍랑 속에서 안전하게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서다. 배 연구관은 “무인비행선-무인비행기-무인선박으로 이뤄진 해양환경 3차원 통합 감시 시스템을 운용할 계획”이라며 “연구선 한 척에 무인파수꾼 삼총사가 함께 출동하면 항공모함이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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