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밟으면 뇌가 회전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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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소운동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

뇌세포 산소공급 활발해져
기억력 향상-치매예방 도움

등산은 풍경감상때 뇌자극
자전거-달리기는 1회 30분 넘게
주 3회이상 숨차게 해야 효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고혈압과 당뇨병, 비만 등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현대인들은 이처럼 질병을 막으려고 운동을 한다. 그러나 운동 효과는 다른 곳에서도 나타난다. 바로 뇌다.

빠르게 걷거나 달릴 때, 혹은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 몸만 좋아지는 게 아니다. 뇌도 튼튼해진다.

기억력이 줄어들 때 나이 탓만 하는가.

그보다는 운동을 하는 편이 낫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9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건강관리지침을 발표할 때 제1수칙은 바로 ‘규칙적으로 운동하자’였다.》
유산소운동을 하면 혈액을 통해 포도당이 원활히 공급돼 뇌세포가 활성화된다. 특히 다리를 쓰는 운동은 뇌세포를 많이 자극하기 때문에 뇌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유산소운동을 하면 혈액을 통해 포도당이 원활히 공급돼 뇌세포가 활성화된다. 특히 다리를 쓰는 운동은 뇌세포를 많이 자극하기 때문에 뇌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뇌손상 시작된 사람도 인지기능 개선”

뇌세포의 기능은 혈액을 타고 오는 포도당과 이 포도당을 에너지로 바꾸는 산소의 활동으로 유지된다. 뇌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뇌 세포막이 손상돼 신경전달물질이 잘 분비되지 않으며 포도당의 수송도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뇌 구석구석까지 포도당이 전달되지 않는다. 뇌세포의 생존기간은 짧아지고 활동도 둔해진다. 따라서 뇌 기능을 좋게 하려면 뇌혈관부터 깨끗하게 해야 한다. 혈액을 펌프질해주는 심장도 튼튼해야 한다. 운동을 하면 뇌혈관과 심장 모두 좋아지고, 그 결과 뇌 기능이 좋아지는 것.

운동과 인지기능에 관한 여러 연구 결과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최근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요니즈 제다 박사는 인지기능이 정상인 노인 1126명과 인지기능이 떨어진 노인 198명을 대상으로 운동 실태를 조사했다. 인지기능이 떨어진 노인은 치매 전 단계의 환자들로 기억력이 크게 감퇴해 있었다. 이 두 그룹을 대상으로 3년간 인지기능을 측정해본 결과 그동안 운동을 하지 않은 노인은 운동을 한 노인보다 인지기능이 39%나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뇌 손상이 시작된 사람도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면 인지기능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라우라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기억력 감퇴 등 가벼운 인지능력 손상을 보이는 중년 남녀 33명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일주일에 4회, 매 회 45∼60분씩 자전거타기, 달리기 등 유산소운동을 했다. 다른 한 그룹은 간단한 스트레칭만 했다.

6개월 뒤 두 그룹의 인지능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꾸준히 유산소운동을 한 그룹은 집중력과 함께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산소운동 없이 스트레칭만 한 그룹은 인지기능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베이커 박사는 “유산소운동이 몸과 뇌에 에너지 공급을 돕는 호르몬인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운동 여부 따라 10년후 인지도 차이 3.5배

뇌를 건강하게 하는 운동으로는 유산소운동이 가장 좋다. 숨차고 땀나는 운동을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할 때 효과가 나타난다. 이윤환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한 달에 30분 이하로 운동을 하는 사람은 10년 뒤 인지기능이 떨어질 확률이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보다 3.5배나 높다”고 말했다.

유산소운동 중에서도 자전거타기, 등산, 달리기 등 특히 다리를 많이 쓰는 운동이 뇌 건강에 도움이 많이 된다. 다리의 근육으로부터 시작된 자극을 뇌가 가장 잘 감지하기 때문이다. 다리가 움직이고 있으면 뇌도 주기적으로 ‘깨어’나는 것. 달리기를 하면 뇌도 따라서 뛰는 셈이다. 뇌에 영향을 주는 운동 요령을 숙지하는 게 좋다. 자전거는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타야 한다. 운동은 30분 이상씩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로 해야 한다. 실내의 붙박이 자전거를 이용할 때는 잡지나 신문을 읽도록 한다. 다리로부터 오는 자극과 별도로 눈을 통해 자극이 뇌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등산은 도시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새로운 자극을 느낄 수 있어 뇌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새와 바람, 물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자.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하려고 집중하는 것도 좋다.

달리기를 할 때는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오래 달려야 뇌를 단련시키는 효과가 크다. 보통 달리기는 30분, 빨리 걷기는 1시간 이상을 넘기는 게 좋다. 이 경우 1주일에 소모하는 열량은 약 3500Cal 정도가 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 정도 열량을 소비한 사람은 300Cal를 소비한 사람보다 인지기능이 떨어질 확률이 26% 정도 낮다. 이런 강도의 운동이 힘들다면 보통 걸음으로 매일 1시간 반 정도 걷는 것도 좋다.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매일 3km 이상을 걷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70% 낮아진다”며 “오래 걸을수록 뇌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운동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에 걸릴 확률이 31% 낮아진다.
●매주 3회 이상 격렬한 운동을 하면 인지기능 장애 확률을 42% 낮춘다.
●매주 3회 이상 30분 이상 걷기만 해도 인지기능 장애 확률을 33% 낮춘다.
●매일 3km 이상을 걷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70% 낮아진다.
자료: 질병관리본부 노인성치매임상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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