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개발 주력하다 ‘자연유산’ 폐지될수도”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6일 03시 00분


우경식 IUCN 실사위원 지적… “동굴보존 중요”

우경식 IUCN 세계자연유산 실사위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중국 ‘단샤’ 지역 붉은 사암의 보존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우경식 위원
우경식 IUCN 세계자연유산 실사위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중국 ‘단샤’ 지역 붉은 사암의 보존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우경식 위원

“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제주도의 보존 관리가 시급합니다. 관광객을 유치할 목적으로 관광자원 개발에 주력하면 4년 뒤 보존 현황 점검에서 자연유산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습니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실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원대 지질학과 우경식 교수는 “세계자연유산은 선정되는 것보다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 교수는 7월 한국인 최초로 IUCN 실사위원에 선출됐다. IUCN 실사위원은 세계 각국이 제출한 세계자연유산 신청서를 분석하고 현지를 방문한 뒤 실사 보고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하는 막중한 직책을 맡고 있다. 이사회에서 이들이 낸 보고서를 토대로 최종 후보지를 결정하는 만큼 자연유산 선정 과정에 실질적 힘을 가진다. 실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 10여 명에 불과하다.

얼마 전 우 교수는 호주 출신의 실사위원과 함께 중국 남부 ‘단샤(丹霞)’에 대한 현지 실사를 다녀왔다. 붉은 사암으로 이뤄진 기암괴석이 빼어난 단샤는 중국이 올해 유네스코에 세계자연유산으로 신청한 지역이다.

“약 5000km 거리를 2주 만에 돌아봤어요. 단샤 지역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존 노력이 인상 깊었어요. 자연유산에 선정된 지 2년이 지난 제주도보다 관리가 더 잘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유네스코는 세계자연유산을 선정할 때 각 지역의 고유한 개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시하는 것은 보존 관리에 대한 의지다. 자연유산은 대대손손 물려줘야 할 가치가 있는지, 이를 지킬 의지가 해당국에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따라서 보존 계획이 허술하면 심사에서 탈락하게 된다. 우 교수는 “2007년 제주도가 자연유산에 선정된 배경은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동굴에 대해 관람객 접근을 막는 등 보존 관리 계획을 치밀하게 세운 것이 주효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거문오름용암동굴 지역의 비공개 동굴에 탐방로를 조성하고 새 동굴을 찾기 위해 구멍을 뚫으려는 등 보존 의지가 점차 퇴색하고 있다”며 “4년 뒤 현황 점검에서 자연유산 지위를 박탈당하면 다시 등록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유네스코는 세계자연유산의 무분별한 등재를 막기 위해 자연유산의 등록건수를 제한하려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제주도가 섬 내 7곳을 유네스코가 인증하는 ‘지질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우 교수는 “제주도는 해녀 등 전통과 민속이 남아 있어 보존 가치가 충분하다”며 “자연유산의 보존 의지만 충분히 보여준다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