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Before&After]서울성모병원 안과 황반변성 치료

  • 입력 2009년 9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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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택시를 운전해 온 박 모 씨(60·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얼마 전부터 운전대를 잡는 일이 두려워졌다. 갑자기 시야가 흐리고 때로는 먼발치의 사물이 굽어져 보이기 시작한 것. 시력이 떨어졌다는 생각에 안경도 새로 맞춰 쓰고 잠도 푹 잤지만 좋아지지 않았다. 고민 끝에 서울성모병원 안과를 찾은 박 씨는 황반변성 진단을 받았다. 녹내장이나 백내장은 들어봤어도 황반변성은 이름도 생소해 당황스러웠다. 더군다나 운전을 생업으로 하는 박 씨에게 눈의 이상은 생계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원기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황반변성은 실명을 일으킬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지만 최근 루센티스같이 시력 유지뿐만 아니라 회복까지 가능한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치료 성공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

운전중 갑자기 흐려진 시야… 안구주사로 10분만에 ‘또렷’

시력유지 및 회복 효과 큰 루센티스 치료
보험적용돼 1회 15만∼20만 원이면 가능

○ 시야 흐려지고 사물 굽어보여

황반변성은 우리 눈의 필름에 해당하는 황반에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생겨 이를 파괴하는 질환이다. 빠르면 수개월에서 2, 3년 내에 실명할 수 있는 심각한 눈 질환이다.

황반변성은 초반에는 별다른 자각증상이 없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사물의 중심부가 흐려져 보이고 시야가 흐려진다. 또 사물이 굽어보이고 휘어 보인다. 황반변성은 국내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질환이지만 서양에서는 노인 실명을 일으키는 1위의 질환으로 매년 발생하는 황반변성 환자는 세계적으로 20만 명에 달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던 황반변성 환자는 2000년 3만4000여 명에서 2003년 7만6000여명으로 4년 새 2.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황반변성이 무서운 것은 실명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두려움 때문에 2명 중 1명은 자살충동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측면에서 환자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 안구에 시력개선 치료제 주사

과거 황반변성의 치료법은 온열 레이저를 사용하여 신생혈관을 태워주는 레이저 치료법이나 비주다인을 주사하여 신생혈관을 폐색시키는 광역학요법이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법들은 시력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시켜 주는 효과는 있지만 시력회복 효과는 없었다.

박 씨는 루센티스로 치료를 받았다. 기존 치료법과 달리 환자의 시력개선 효과까지 갖춘 치료제이기 때문. 루센티스는 안구에 소량의 주사를 놓는 형태로 0.5mg을 한 달 간격으로 3회 주사했다.

박 씨는 “안구에 주사를 놓는다는 사실에 아플까봐 두려웠지만 실제 치료를 받아보니 안약으로 눈을 마취시킨 후 공막(눈의 하얀 부분)에 주사하기 때문에 통증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치료 시간은 10분 미만으로 짧았다.

이 교수는 “박 씨의 경우 비교적 초기에 발병했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아서 시력을 회복하고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센티스는 얼마 전까지 1회 치료비가 150만 원 선이었지만 최근 보험이 적용되면서 시술비를 포함해 1회에 15만∼20만 원이면 치료가 가능하다.

○ 단순 노안으로 착각하기 쉬워

박 씨는 치료를 처음 시작할 때 거의 보이지 않던 시야가 발병 이전 시력 정도로 회복됐다. 다시 예전처럼 혼자 외출도 하고 운전도 할 수 있게 됐다.

박 씨는 “안구에 주사를 놓는다는 점에서 거부감도 있었지만 치료가 언제 끝났는 지도 모를 정도로 간단한 시술이었다”면서 “처음 황반변성 진단을 받았을 때는 눈앞이 깜깜했지만 이제는 일상생활로 복귀가 가능할 정도로 많이 호전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박 씨는 2, 3개월에 한 번 안구가 정상화 상태를 유지하는지 점검하기로 했으며 검진시기 간격을 점차 늘려 나가기로 했다.

이 교수는 “박 씨처럼 황반변성을 조기에 발견하면 다행이지만 단순 노안으로 착각해 치료시기를 놓쳐 실명에 이르는 안타까운 환자가 많다”면서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양쪽 눈 중 한쪽에 이상이 있더라도 이를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한쪽씩 암슬러 격자를 활용한 자가진단(그래픽 참조)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면서 “이상이 발견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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