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깜빡… ‘나이들어 그러려니’ 하면 치료시기 놓쳐

  • 입력 2009년 8월 31일 02시 57분


■ 치매 전단계 ‘경도 인지장애’

최근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2008년 치매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국내 65세 노인 중 치매환자는 6.4%인 42만 명에 이른다. 특히 아직 치매는 아니지만 치매의 전 단계에 해당하는 ‘경도 인지장애’에 해당하는 사람은 노인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경도 인지장애는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단계로 볼 수 있다. 치매에 비하면 판단력, 지각이 양호해 일상생활은 가능하다. 그러나 건망증이 가끔 순간적으로 잊어버린다면 경도 인지장애는 빈도가 더 잦아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경도 인지장애의 주요 증상은 금방 있었던 일이나 최근 일을 잊어버리는 단기기억력 저하가 대표적이다. 또 단순한 계산도 못하거나 상황에 적합한 단어가 머리에서만 빙빙 돌뿐 입에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만약 평소 잘 해내던 일을 갑자기 못하면 경도 인지장애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경도 인지장애도 일찍 치료를 시작하면 호전될 수 있다. 치매 치료제로 쓰는 항치매 약물이 경도 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진행되는 것을 늦춰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조기 치료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나이 들면 원래 깜빡깜빡한다’며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집을 못 찾을 정도로 심각성을 느낄 때면 이미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만큼 치매가 중증으로 접어든 다음일 수 있다. 최경규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이든 알츠하이머병이든 조기에 빨리 발견해 적합한 약물치료를 해야 하는데 환자들이 별게 아니라고 생각해 병이 한참 진행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두뇌활동을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문 잡지 등 독서를 하거나 일기를 매일 쓰는 것도 기억력을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다. 세밀한 손동작을 필요로 하는 뜨개질과 그림그리기도 도움이 된다. 60세 이상 노인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치매조기검진을 받을 수 있다. 올해 192개 보건소에서 검진을 시작한 데 이어 내년부터는 전국 모든 보건소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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