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 오열… 숙연… ‘생명에 대한 외경심’은 멎지 않았다

  • 입력 2009년 6월 24일 02시 59분


23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과병동 15층 1인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김옥경 할머니를 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3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과병동 15층 1인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김옥경 할머니를 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병실에서 지켜본 존엄사

인공호흡기를 떼기만 하면 금방 사망할 줄로 알았던 김옥경 할머니. 그러나 김 할머니는 입을 벌려 ‘생명 유지’에 충분한 숨을 들이쉬고 있다. 힘은 없지만 1년 4개월 전 처음 인공호흡기를 달았을 때 상태와 비슷하게 생명을 이어 가고 있다. 그 때문인지 박창일 연세대 세브란스의료원장은 23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대법원 판결과 조속한 시행을 요청한 가족들의 뜻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지만 인간의 생명을 거두는 존엄사는 최대한 억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브란스의 기존 입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족들은 “우리 가족이 존엄사를 처음 시작했지만 앞으로 이 제도가 법적으로 정립돼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가족 측 소송 대리인인 신현호 변호사는 “환자 가족들이 무의미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치료를 반대한 것이지 식사나 약물 투여 등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지금 가족들은 여유를 찾아 할머니 옆에서 지난날을 회상하며 마음을 편하게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심 판결에서 존엄사 허용 결정을 내린 김천수 서울 서부지법 부장판사는 말을 아꼈다. 생각들은 조금씩 달랐지만 한 가지 느낌은 모두 같았다. 생명에 대한 외경심(畏敬心), 의사도 판사도 가족도 그건 다르지 않았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삶과 죽음의 의미 되돌아보게 돼

▼박무석(주치의·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H慈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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