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올챙이배, 혹시 만성식체?

  • 입력 2009년 6월 5일 11시 17분


올챙이배를 하고 뒤뚱뒤뚱 걷는 아이. 겉보기엔 통통하고 야무져 보인다. 이것저것 가리는 음식은 많지만 뱃골이 커서 먹는 양은 상당하다. 그런데 웬걸, 잔병치레 걱정은 안하고 살 줄 알았는데, 아이는 여름에도 감기에 걸려 늘 잔기침에 콜록거린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나쁜 식습관과 함께 오는 불청객, 잦은 감기

잠자리에 누워서 콜록거리며 잔기침을 해대고, 에어컨의 찬바람을 쐬기만 해도 콧물을 훌쩍거린다. 감기나 비염,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 등이 낫지 않고 지속될 경우 무작정 병원을 찾기 전에 엄마가 살펴보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아이의 식습관이다.

한의학에서는 음식물의 나쁜 기운이 몸 안에 쌓여 여러 가지 질병이 나타나는 것을 식적(食積)이라고 하는데, 여러 가지 징후들과 동반되는 질병들이 많아 만성식체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흔히 체했다고 표현하는 급성식체(食滯)는 복통, 설사, 구토 등 증상이 갑자기 심하게 나타나는 반면, 만성식체 증후군은 잘못된 식습관이 조금씩 오랫동안 쌓여 나타나는 것으로 속이 항상 더부룩한 정도 외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은 편이다.

문제는 이런 만성식체가 소화기뿐 아니라 호흡기, 피부 등과도 관련 있다는 것. 폭식이나 과식 등으로 항상 부어 있는 위장이 인접한 횡격막의 움직임이나 폐 기운의 흐름을 방해해 호흡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이가 잔기침, 콧물, 가래 등 만성적인 호흡기 증상이 있고 눕혔을 때 배가 가슴 높이보다 불룩 솟아있으면 만성식체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잔병치레 만드는 아이 식습관은 이것!

그나저나 아이의 어떤 식습관이 만성식체 증후군을 불러오는 것일까? 만성식체 증후군은 우유나 두유 등 액체 식품을 많이 먹게 되는 영유아기 때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돌이 다 되었는데도 밤중 수유를 떼지 못해 잠들기 전에 꼭 젖병을 물고서야 잔다거나, 밥을 먹어야 할 아이가 여전히 하루 1000cc 우유나 두유 등을 먹는 것, 음식을 잘 씹지 않고 삼키거나 아예 물고만 있으면서 잘 먹지 않는 것, 밀가루 음식이나 단것, 찬 것을 잘 찾는다면 만성식체 증후군을 초래하기 쉽다.

만성식체 증후군 아이들은 먹지 않았는데도 늘 배가 불룩하고, 입 냄새나 대변 냄새가 심하며, 염소똥처럼 동글동글한 변을 보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위가 무리한 탓에 몸에 열이 쌓여 가슴이나 등을 만져보면 열감이 느껴진다. 이 때문에 아이는 등을 쓸거나 긁어달라고 보채고 잠을 잘 자지 못해 시원한 곳을 찾아 이리저리 굴러다니기도 한다. 피부에 두드러기나 뾰루지가 올라오는 일도 잦다.

▶ Check List: 혹시 내 아이도 만성식체증후군?

- 돌이 다 되어가는데도 젖병을 물고 잠든다

- 돌 이후에도 우유를 하루 1000cc 이상 마신다

- 공복인데도 배가 부풀어 있다

- 음식을 씹지 않고 삼킨다

- 음식을 입에 물고 있는 등 잘 먹지 않는다

- 폭식, 야식 등 식사 시간이나 양이 불규칙하다

- 밀가루 음식, 달거나 찬 음식을 많이 먹는다

- 염소 똥처럼 동글동글한 변을 본다

- 잠들 무렵 등을 긁어 달라고 한다

- 잠들 무렵 머리에서 땀이 많이 난다

- 잘 때 벽, 바닥 등 찬 곳을 찾아다닌다

- 입 냄새, 대변 냄새가 심하다

- 신트림을 자주 한다

- 콧물, 코막힘 등의 증상이 오래 간다

- 가래, 잔기침 등의 증상이 오래 간다

만성식체 증후군, 피하려면 이렇게!

우선은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식습관을 바로잡는 일이다. 이유식을 먹는 아기라면 시기에 맞춰 적당한 재료로 씹는 훈련을 잘 시켜야 하며 아기가 좋아한다고 국수나 빵 등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이지 않도록 한다. 생후 7~8개월 무렵에는 밤중 수유를 중단해 젖병을 물리거나 나중에 야식을 찾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체중이 10kg가 넘으면 잠들기 전 1시간, 11kg가 넘으면 2시간, 14kg가 넘으면 3시간 정도의 공복 상태를 유지해야 숙면이 가능하다. 어른식을 먹는 아이라면 끼니를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적당량 먹여 위장이 정상적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튀김이나 볶음 요리 등 기름진 메뉴보다는 찜이나 삶은 메뉴가 적합하고 특히 여름철에는 찬 것과 단 청량음료 등을 많이 먹이지 않도록 조의한다.

한방에서는 만성식체를 치료할 때 대표적으로 평위산을 처방하는데, 평위산은 소화액이 잘 분비되도록 하고 위장의 긴장을 풀며 순환을 돕는 한약. 소화를 도울 뿐 아니라 복부에 찬 가스를 몸 밖으로 빼주는 역할을 한다. 사백산은 만성식체로 인해 기침이 오래 지속될 경우 처방하게 된다.

도움말 : 최승용 마포 함소아(含笑兒)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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