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특징 알면 맞춤치료 가능하지요”

  • 입력 2009년 5월 7일 02시 56분


‘인체자원은행’ 1주년 맞은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

“유전자(DNA)를 알면 사람의 특징을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맞춤치료도 가능합니다.”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사태로 연일 정신이 없는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53·사진)의 유전자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그는 7일 질병관리본부 주최 한국인체자원은행사업 1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앞두고 “현재는 고혈압 환자의 약 처방이 서로 비슷하지만 앞으로는 환자 개인의 특정 유전자를 분석해 잘 듣는 고혈압 약을 처방하는 의료시스템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인체자원은행이 있기 때문이다.

인체자원은행은 수술이나 검사 중 사람에게서 얻은 혈액, 조직, 세포, 유전자와 감염 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나 세균을 수집 보관하는 곳이다. 치료제 개발에 활용하기 위해 의학자나 과학자에게 무료로 분양도 해준다. 인체자원은행은 서울아산병원, 경북대병원 등 전국적으로 12개가 있다. 이들을 통합 관리하는 인체자원중앙은행은 질병관리본부 유전체센터 내에 있다.

이 본부장이 지난해 인체자원은행사업을 추진한 것은 인간게놈프로젝트에 한국이 끼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다.

“지금은 우리나라 유전자 분석 기술이 선진국하고 겨우 1년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1990년 미국 주도로 사람 유전자 23쌍을 분석하는 최초의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는 분석능력이 떨어져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12개 인체자원은행을 통해 약 50만 명분의 검체를 수집해 한국 사람의 암, 당뇨병 등 각종 질환에 대한 유전자를 분석하는 데 다른 나라보다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한국인의 혈압, 맥박 같은 신체 특징에 영향을 미치는 6개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밝혀낸 것도 인체자원은행에서 받은 검체를 활용한 결과다. 유전자 분석 기술이 해외에서 인정을 받아 미국과 500만 달러 규모의 당뇨병 유전체 연구를 공동으로 시작하는 성과도 거뒀다.

인체자원은행이 잘 운영되려면 의사와 환자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암 세포를 보관하려면 의사는 환자를 설득해야 하고, 환자는 일종의 장기기증 동의서를 써야 한다.

이 본부장은 “초기에는 의사들이 자료를 공유하지 않으려고 해서 검체 수집에 많은 곤란을 겪었다”면서 “지금은 은행을 통해서 연구 성과를 공유해야만 맞춤치료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체자원은행에 보관된 검체들의 23쌍 유전자를 분석하려면 한 달 정도의 기간과 1억 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1990년 인간게놈프로젝트 때 3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13년이라는 세월이 든 것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셈이다.

이 본부장은 “2012년 충북 오송단지에 대규모 인체자원중앙은행이 만들어지면 한국 사람의 질환 특성을 알 수 있는 인체자원이 총집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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