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경제탐정]게임산업 ‘신체 마케팅’의 비밀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2등신에서 10등신까지

캐릭터 귀엽게 바꿔 日 공략

中수출 무협게임은 8등신으로

2등신 슈퍼마리오

얼굴표정 표현에 장점

서양인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 인체의 비율은 ‘8등신’이라고 합니다. 키가 얼굴 길이의 8배가 돼야 비로소 미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게임 세계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게임업체 닌텐도가 만든 캐릭터 슈퍼마리오를 볼까요. 게임에 어느 정도 식견이 있는 독자는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1985년 등장해서 20년 넘는 지금까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 ‘슈퍼마리오’ 속 캐릭터 마리오는 고작 ‘2등신’입니다. 물론 마리오가 ‘미인’의 캐릭터는 아니지만 이처럼 기형적인 신체비율로도 오랫동안 인기를 구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경제탐정이 나서서 파헤쳐 봤습니다.

○ 2등신에서 10등신으로

우연처럼 보이지만 게임 속 캐릭터의 신체비율은 게임업체들의 치밀한 연구를 통해 탄생한 ‘마케팅의 산물’입니다. 비디오 게임 초기, 2D(평면) 게임 시절 캐릭터 비율은 대부분 2등신 또는 3등신이었습니다. ‘슈퍼마리오’의 마리오와 루이지를 비롯해 다이토사(社)의 ‘버블버블’ 속 공룡, ‘세가’의 ‘원더보이’ 등은 대표적인 ‘대두(大頭)’ 캐릭터입니다. 이 시기에 2, 3등신 캐릭터가 유행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평면 게임 특성상 얼굴이 커야만 표정, 감정 변화 등을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1990년대 들어 ‘실사’에 근접한 그래픽을 만들려는 노력이 이어지면서부터입니다. ‘스트리트 파이터’나 ‘세이브 축구’ 속 5등신 캐릭터 게임이 등장한 것이죠. 이후 2000년 3D 게임 시대로 접어들면서 대작 다중접속온라인게임(MMORPG)이 늘고, 현란한 그래픽을 앞세워 너도나도 8등신의 이상적인 캐릭터를 내세웠습니다. 8등신도 모자라 최근에는 10등신 캐릭터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NHN게임스’의 ‘아크로드’ 게임 속 캐릭터가 대표적인 사례죠. 이들은 인간보다 뛰어난 영웅 이미지를 위해 10등신으로 ‘창조’됐다고 합니다.

○ ‘○등신(等身)’ 마케팅의 무한 진화

하지만 최근에는 게임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2→5→10’으로의 일직선 진화법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CJ인터넷의 야구 게임 ‘마구마구’ 속 캐릭터는 2등신입니다. 선수들을 2등신(SD캐릭터)으로 단순화한 대신, 배트에 공이 맞는 위치나 포수가 공을 잡는 위치 등 경기의 정확성을 높인 것이죠. CJ인터넷의 이상윤 과장은 “정교한 8등신 선수가 대거 등장해 그래픽상 에러가 생길 확률을 줄이려는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최근에는 아예 본인이 직접 캐릭터 비율을 정하는 ‘셀프 비율’ 기능을 가진 게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네오위즈게임즈의 댄스게임 ‘데뷰’는 2등신부터 10등신까지 자신이 원하는 비율로 캐릭터를 만들어 즐길 수 있게 했습니다.

신체비율에 대한 취향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이 때문에 해외 진출을 위해 캐릭터의 신체비율을 바꾸는 사례도 있습니다.

‘NHN게임스’의 ‘R2’는 최근 해외 공략을 위해 캐릭터 비율을 조정 중입니다. 일본 특유의 귀여움을 살려 일본에 진출하기 위해 8등신 캐릭터를 6등신으로 조정한 것입니다.

온라인 퓨전 무협 게임 ‘열혈강호’로 유명한 게임업체 ‘엠게임’도 최근 열혈강호의 2탄 공개를 앞두고 전작 캐릭터의 비율을 5등신에서 8등신으로 바꿨습니다. 무협지 본고장인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엠게임이 시장조사를 한 결과 무협 게임의 경우 ‘정통성’에 근접한 이미지가 반응이 좋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합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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