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앱타머’를 아십니까

  • 입력 2009년 2월 20일 02시 56분


표적분자 찾아 달라붙는 유전물질

질병 진단 - 치료 한번에 해결 기대

유전물질로만 알려졌던 RNA가 ‘마법의 약’으로 떠오르고 있다.

RNA는 DNA와 함께 세포 안에 있는 유전물질. 생명정보가 담긴 유전자가 DNA로 이뤄져 있다면 RNA는 DNA의 명령을 받아 몸 안에서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거나 필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이런 RNA에서 질병 치료 능력을 찾는 연구가 최근 활발하다.

16일 동국대에서는 ‘제2회 국제앱타머심포지엄’이 열렸다. 앱타머는 작은 RNA 조각을 가리키는 말. 정선주 단국대 분자생물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500개의 앱타머가 개발됐는데 이 중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것이 10%가 넘는다”며 “앱타머는 우리나라가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 분야”라고 말했다.

○ 바이러스-단백질 등 다양한 분자와 결합

한 가닥으로 이뤄진 RNA는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포개져 입체 구조를 만든다. 이때 구조나 결합 순서에 따라 100조 개나 되는 서로 다른 RNA를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변신 능력 덕분에 RNA는 작은 바이러스에서 커다란 단백질까지 다양한 분자와 결합할 수 있다. 정 교수는 “탄수화물이나 유기화학물질, 세포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분자와 결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RNA앱타머’는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 원하는 표적 분자를 찾아가 달라붙도록 만든 작은 RNA 조각이다. 앱타머는 ‘잘 붙는다’라는 뜻의 라틴어 ‘앱투스(aptus)’에서 따온 이름이다.

RNA앱타머를 만드는 기술은 1990년 미국 콜로라도대 래리 골드 교수가 처음 개발했다. 원하는 표적 분자가 있으면 수많은 RNA를 넣어 가장 잘 달라붙는 것을 골라낸다. 다시 이것의 돌연변이를 많이 만들어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한다. 이런 앱타머는 표적 외에는 비슷하게 생긴 분자와도 결합하지 않는다. 선택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 암세포만 표적… 정상세포는 영향 없어

병을 일으키는 단백질과 결합하는 RNA앱타머를 개발하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 앱타머에 빛을 내는 물질을 달아 몸 안에 넣으면 질병 부위에 가서 빛을 낸다. 방사선 사진을 찍지 않아도 진단이 가능하다. 아직 인체 유해성 논란이 그치지 않는 나노 물질을 추적하는 데도 유용하다.

2004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안과 질환 치료제 ‘매쿠진’은 앱타머를 이용한 신약 1호다. 성인의 실명 원인 1위로 꼽히는 황반변성은 망막 중앙에 있는 황반에 쓸모없는 혈관이 자라는 병이다. 매쿠진은 혈관을 만드는 단백질에 달라붙어 혈관 생성을 막는다.

정 교수가 2007년 국제학술지 ‘암연구’에 개발했다고 밝힌 대장암 억제 앱타머는 대장암 세포에만 달라붙어 더 이상의 증식을 막는다.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해 정상세포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연구팀은 동맥경화, 일본뇌염,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결합하는 앱타머도 개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앱타머와 함께 치료물질이 담긴 ‘나노캡슐’을 전달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앱타머가 센서처럼 표적을 정확하게 찾아내면 나노캡슐에서 치료물질을 내보내는 것이다. 진단에서 치료까지 한 번에 끝낼 수 있다.

정 교수는 “앱타머는 지금까지 진단과 치료에 많이 쓰이던 단백질 항체보다 크기가 작고 부작용도 없으며 대량생산이 쉽고 개발 기간이 짧다”며 “앞으로 앱타머가 치료에 널리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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