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사랑 관절사랑]<상>우리 아이 걸음걸이가 이상해요

  • 입력 2009년 1월 5일 02시 57분


걸음걸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자녀의 관절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아이가 비정상적으로 걷는다면 관절 염증이나 변형 때문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사진 제공 힘찬병원
걸음걸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자녀의 관절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아이가 비정상적으로 걷는다면 관절 염증이나 변형 때문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사진 제공 힘찬병원
《어린이에게 뼈와 관절은 중요하다. 뼈와 관절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 정상적인 성장이 이뤄지지 못해 나중에 성인이 돼서도 각종 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어린이의 뼈와 관절은 아직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어른과는 다르다. 소아정형외과 질환은 일반 정형외과 질환과 구분돼야 하고 치료법도 달라야 한다. 자녀의 관절 건강과 성장판 장애, 선천성 기형 등 관절 관련 질환에 대해 알아보는 ‘아이사랑 관절사랑’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팔자걸음… 절뚝걸음… 안짱걸음…

관절변형 염증부터 의심을

주부 김모(36) 씨의 여섯 살배기 딸이 얼마 전부터 절뚝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곧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걷는 데 더 힘들어하고 고열까지 났다. 정형외과에서 받은 진단명은 화농성 관절염.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관절이 변형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절뚝걸음, 팔자걸음, 안짱걸음, 똥싼걸음 등 비정상적인 걸음을 걷는 아이들이 있다. 남들과 다른 걸음걸이는 단순한 보행습관이 아니라 관절변형 염증으로 인한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박승준 부평 힘찬병원 소아정형외과 과장의 도움말로 걸음걸이로 보는 자녀 관절건강에 대해 알아봤다.

○ 절뚝거리며 걷는 소아관절염

멀쩡하던 아이가 절뚝거리며 걷거나 다리 통증을 호소하고 고열과 통증에 시달린다면 소아관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어린이에게 보행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가장 흔한 것이 일과성 관절염이다.

일과성 관절염은 주로 엉덩관절에 생기는데 3∼12세 소아에게 잘 생기고 남아가 여아에 비해 2, 3배 많다. 소아관절염의 70%는 감기나 중이염을 앓고 난 후 생긴다. 외상, 알레르기성 과민증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일과성 관절염이 생기면 다리를 절게 되고 무릎을 굽히지 못한다. 경미한 열이 날 수도 있다. 평균 열흘 정도 증상이 지속되다가 4주 이내에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관절이 회복될 때까지는 무릎에 힘이 실리는 것을 줄이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비슷한 화농성 관절염의 경우 치료를 미루면 세균으로 인한 독소가 혈관으로 들어가 폐, 뇌까지 전이돼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화농성 관절염은 외상이나 음식물을 통해 세균이 뼈와 뼈 사이의 공간인 관절낭에 침투해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남아에게 잘 생긴다. 고열과 부종을 동반하는 것이 일과성 관절염과 다르다.

즉시 관절낭을 절개하고 배농술(염증을 뽑아내는 시술)을 시행해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박 과장은 “자녀가 절뚝거리며 걷거나 엉덩관절을 구부리거나 펴지 못하고 다리 엉덩이 무릎 통증을 호소하면 관절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 무릎과 무릎이 부딪치는 안짱걸음

안짱걸음은 보행이상으로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증상이다. 걸을 때 발이 안쪽으로 향하는 증상으로 빨리 걸으면 오리처럼 뒤뚱거리고 무릎과 무릎이 부딪쳐 넘어지기도 한다.

안짱걸음은 넙적다리뼈(대퇴골)나 정강이뼈(경골)가 안쪽으로 뒤틀려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 시기가 지나면서 대부분 저절로 호전돼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다. 그러나 안짱걸음을 걷는 어린이의 5∼10%는 변형이 지속된다.

자녀가 9세 이상이 돼도 안짱걸음을 걷거나, TV를 볼 때 다리를 바깥쪽으로 돌려서 W자 형태로 앉는다면 정확한 검진과 교정치료가 필요하다. 심한 경우 비틀린 뼈를 교정하는 절골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서 W자 자세는 반드시 피하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도록 해야 한다.

○ 어기적어기적 걸으면 엉덩관절 탈구

자녀가 마치 똥을 싼 것처럼 어기적어기적 걷는 경우가 있다. 이런 걸음은 양쪽 엉덩관절에 발달성 탈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발달성 탈구는 엉덩관절 내 소켓 모양의 이상으로 대퇴골의 머리가 빠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전체 소아의 1.5% 정도에게서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

한쪽 탈구만 진행되면 절뚝거리며 걷게 되므로 이상신호를 알아채기 쉽다. 양쪽 탈구가 모두 진행되면 엉거주춤 걸을 뿐 외형상 특별한 이상이 없어 알아채기 힘들다.

발달성 고관절 탈구를 방치하면 다리가 짧아지고 근력이 약해지며 다리를 절게 된다. 퇴행성관절염이 생기기도 한다.

부모는 자녀의 다리가 잘 벌어지지 않거나 무릎 높이 또는 다리 길이에 차이가 있거나 엉거주춤 걸으면 빨리 정형외과에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 질환은 자연치유되지 않으므로 관절 정복술(빠진 관절을 제자리에 넣는 것), 대퇴골 절골술 등이 필요하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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