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세상을 바꾼다…금융·IT 등 경제 전분야서 영향력 급등

  • 입력 2008년 12월 9일 17시 36분


[주간동아] 665호 커버스토리

신한은행은 지난 여름부터 ‘라이프 컬러 마케팅’을 시작해 금융상품 판매 성공률을 20%대에서 40%대로 크게 신장시켰다. 이는 다름 아닌 수학의 힘. 신한은행은 1600만 명의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각각의 고객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했다.

인류에게 시계와 달력을 선물한 수학의 수요가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 과학과 군사, 일부 제조업에서 유용하게 쓰이던 수학이 1980년대부터 미국 뉴욕 월가(街)에서 ‘역군’으로 통하더니, 이제는 은행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서 수학을 갈급하는 추세다. 자연히 수학자들의 ‘몸값’도 높아졌다. 미국에서 수학전문가는 상위 10위 안의 유망 직종이자 고소득 직종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90년대까지만 해도 수학 전공자들은 주로 교사나 교수, 학원강사 등 교육계로 진출했지만, 이후 보험회사를 시작으로 은행, 증권사 등 금융계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IT, 전자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서강대 수학과의 최근 3년 간 진학률은 69~78%. 이웃한 자연계 학과들보다 20~30% 높은 수치다. 수학 전공 학부생들이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복수 전공한 뒤 금융계로 진출한 덕분.

수학과 출신들은 보험회사에서는 주로 계리나 리스크 관리, 상품개발 업무를, 은행과 증권회사에서는 주로 파생상품 개발을 맡는다. 유신옥 푸르덴셜생명보험 상품기획팀장은 “13명의 상품기획 및 상품개발 팀원들 중 수학과 출신이 10명”이라고 전했다. 현재 금융회사별로 수학과 출신 퀀트(Quantitative의 줄임말로 파생상품 설계 전문가를 뜻함)들은 3~4명으로 추산된다. 한 시중은행 퀀트인 응용수학 박사는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취업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외국계 투자은행으로부터 억원 대 스카우트 제의가 자주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전자 및 기계 등 제조업체에서도 수학적 지식에 목말라 한다. 이한용 삼성SDI 상무는 “제품개발이나 제조공정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을 수학적 모델로 재정의해 컴퓨터에서 재현함으로써 개발 기간과 비용을 대폭 감소시키고 품질 불량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이후, 뉴욕 월가에서는 “(파생상품을 개발한) 수학자들이 자본주의를 망쳤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앞으로 금융계에서 수학자들의 설 자리는 오히려 늘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 더욱 중요해지고 자본주의의 글로벌화가 확대되는 등, 수학적 수요가 날로 커지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 주간동아 665호에는 ▲수학의 힘 ▲‘마케팅 하는 수학 박사’ 양현미 신한은해 마케팅본부장 인터뷰 ▲A4용지에서 교통카드까지 우리 생활에 숨은 고마운 수학 ▲요즘 초등학생들이 공부하는 ‘수학적 사고’ 교육이란? ▲세종대왕도 심취했다! 문명 속 수학 이야기 ▲요즘 초등학생 수학 문제, 어른도 풀 수 있을까? 등 수학과 관련한 다양한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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