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응급처치법 알면 10명 중 8명에 ‘기적’

  • 입력 2008년 9월 17일 03시 02분


《2000년 프로야구팀 롯데자이언츠의 임수혁 선수는 1루에서 2루로 달리다 심장쇼크로 쓰러졌다. 심장이 갑자기 정지한 급성 심정지였다. 임 선수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급히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끝내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임 선수는 현재도 투병 중이다. 만약 임 선수가 즉각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면 어땠을까. 심장의학자들은 한결같이 “적어도 지금보다는 상태가 나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급성 심정지는 갑자기 심장 박동이 멈추는 바람에 혈액 공급이 중단되는 질환. 사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대부분 발생한 후 1시간 이내에 의식을 잃고 사망한다.》

‘의식확인 → 기도열고 호흡체크 → 인공호흡 → 가슴압박’ 4단계 차근차근

○ 국내 심정지 환자 생존율 낮아

최근 비만, 성인병 등으로 인해 심장질환 환자가 증가하면서 급성 심정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질환은 유럽과 미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병 중 하나다. 매년 미국에서는 49만 명, 유럽에서는 34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는 연간 1만∼1만2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급성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15∼40%. 그러나 국내는 4.6% 정도로 매우 낮은 편이다.

국내 생존율이 낮은 것은 사고 후 즉각 조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급성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응급 심폐소생술을 즉각 시행하는 비율은 5.8%에 불과했다.

최근 대한심폐소생협회의 조사에서 서울시민 10명 중 4.5명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지만 자세한 방법을 숙지하고 있는 사람은 20% 정도. 일상생활에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3.7%에 불과했다.

초기 대응이 늦으면 급성 심정지 환자는 병원에 도착한 후라도 뇌손상으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즉각 응급조치가 취해질 경우 환자 생존율은 80%까지 올라가며 후유증도 적다.

응급의료 종사자가 아닌 사람이 심정지 환자에게 응급처리를 해줬지만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럴 경우 법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지금까지는 선한 의도로 도와준 사람이라도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 응급의료 종사자가 아닌 사람이 응급환자를 돕는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가 생길 경우 책임을 면해줄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6월 ‘선한 사마리아 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는 응급의료 종사자가 아닌 사람이 응급환자를 돕다 불의의 결과로 이어져도 면책의 범위가 넓어졌다. 다만 이 경우에도 중대한 과실이 있다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따라서 평소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

○ 가슴압박을 할 때는 4, 5cm 눌릴 정도로

대한심폐소생협회는 응급환자를 목격할 경우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응급처치 법을 숙지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림 참고

1단계는 의식 확인. 심장마비가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몸을 반듯하게 눕힌다. 이어 양쪽 어깨를 잡고 흔들면서 큰 소리로 “여보세요, 정신 차리세요”라고 외치며 반응을 살핀다. 의식이 없으면 큰 소리로 주변 사람들에게 “119에 연락해주세요”라며 도움을 요청한다.

2단계에서는 우선 기도를 유지한다. 의식이 없는 사람은 기도가 막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손을 목 뒤에 넣은 상태에서 다른 한 손을 이마에 대고 밀면 목 부위가 뒤로 젖혀진다. 이어 목 뒤의 손을 빼내 턱 끝을 들어 올리면 기도가 열린다. 이때는 턱의 뼈 부분을 들어야 한다. 다른 부분을 누르면 기도가 막힐 수 있다.

기도가 열리면 호흡을 확인한다. 귀를 환자의 입과 코 근처에 대고 숨쉬는 소리가 들리는지 확인한다. 가슴이 오르내리는지도 살핀다. 10초 정도 관찰해도 호흡이 없으면 인공호흡으로 넘어간다.

3단계에서는 인공호흡을 해준다. 먼저 턱을 들어올리고 있던 손으로 환자의 입을 연다. 이어 이마를 누르던 손으로 환자의 코를 잡고 막는다. 이때도 기도가 유지되도록 목은 젖혀져 있어야 한다. 숨을 들이마신 후 환자의 입에 대고 1초간 불어넣는다. 이어 입을 떼고 코도 놓아 공기가 배출되도록 한다. 2회 반복한 뒤 맥을 짚어보고 혈액순환이 없다면 4단계인 가슴압박으로 넘어간다.

가슴압박을 할 때는 먼저 젖꼭지를 연결한 선의 중앙에 한 손바닥을 올려놓고 그 위에 다른 손을 겹친다. 성인의 경우 가슴이 4, 5cm 눌릴 정도의 강도로 압박한다. 30회 압박한 뒤 2회 인공호흡을 한다. 이 모든 과정을 5회 반복한 뒤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다. 혈액순환이 확인되면 인공호흡을 하고, 아니면 다시 모든 과정을 반복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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