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기자의 디지談]앞다퉈 문여는 애플-구글

  • 입력 2008년 9월 9일 02시 56분


문 꼭꼭 닫는 한국 기업들

미국 애플은 세계 각국에서 수만 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공짜로’ 고용했습니다.

봉급은 한 푼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용주’인 애플이 1년에 99달러의 돈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무척 열정적이고 헌신적이어서 시키지 않아도 밤새 일하기 일쑤입니다.

애플의 ‘아이폰’에 대한 얘기입니다.

애플은 아이폰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핵심정보(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를 전 세계에 공개했습니다. 연 회비 99달러만 내면 어떤 개발자라도 SDK를 내려받아 이를 기반으로 게임 등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죠.

개발자들은 이를 앱스토어라는 온라인 장터에 올려 판매합니다. 애플은 판매수익에서도 30%를 가져갑니다.

애플이 좌판만 깔아놓으면 사람들이 스스로 몰려와 열심히 일해 주고 돈도 벌게 해주는 ‘환상적인’ 사업모델인 셈입니다.

전 세계의 아이폰 이용자들은 이렇게 해서 개발된 수많은 게임이나 소프트웨어에 푹 빠졌습니다. 최근 한 달 동안 6000만 건이나 다운로드 됐습니다.

미국의 ‘인터넷 황제’ 구글도 이 같은 개방형 모델을 선택했습니다.

LG전자, 대만의 HTC와 같은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구글의 개방형 휴대전화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가져다 자신의 휴대전화에 탑재한 ‘구글폰’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구글은 10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프로그램 개발 콘테스트도 개최했죠. 전 세계 개발자들이 몰려들어 기상천외한 프로그램들을 내놓았습니다.

전 세계의 엔지니어들이 애플과 구글을 위해 기꺼이 열정을 바치는 것은, 첫째 이들이 문을 열어 동참을 허용했고, 둘째 애플과 구글이 만든 세상에 참여하는 것이 매력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열광적인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입니다. 이용자나 동업자를 넘어 팬(fan)이 된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의 경우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전 세계의 팬을 불러 모으자니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진입 조건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있습니다.

휴대전화 소프트웨어에 의무 탑재해야 하는 ‘위피’ 소프트웨어, 글로벌 표준을 따르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만 종속된 웹 개발환경 등이 문을 걸어 잠그는 대표적인 걸림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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