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건강의 지도, 발!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성경에서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발에 향유를 부어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씻긴다. 또 예수는 마지막 만찬에서 열두 제자의 발을 씻겨줬다. 누군가 내 발을 씻겨주는 꿈을 꾼다면 어떨까? 그것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소원을 이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발을 씻겨주는 행위는 이처럼 존경과 섬김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발은 인체의 가장 낮은 곳에 있으면서 가장 고되고 힘든 역할을 한다. 몸을 지탱하고, 움직이며, 충격을 완화해준다. 특히 발바닥에 아치 모양으로 움푹 들어간 ‘족궁(足弓)’은 울퉁불퉁한 땅 위를 아픔 없이 걸을 수 있도록 무게나 충격을 잘 흡수해준다.

발은 ‘제2의 심장’으로도 불린다. 지면과 접촉할 때마다 혈액을 심장으로 공급하는 펌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발은 신체의 모든 부분과 연결돼 있다. 엄지발가락은 머리, 발 옆면은 어깨 무릎 둔부 등 신체의 외부, 발 안쪽은 척추와 신경이 통한다. 이를 응용해서 발 마사지도 개발됐다.

한쪽 발은 26개의 뼈와 33개의 관절, 94개의 근육, 그리고 수많은 혈관으로 이뤄졌다. 신체를 이루는 206개의 뼈 가운데 4분의 1이 발에 몰려 있는 것이다.

건강한 발은 바닥 빛깔이 맑고 깨끗하며 발뒤꿈치에 굳은 살 없이 선이 곱다. 발목의 복사뼈가 부기 없이 복숭아씨처럼 나온 발, 발가락 사이가 부채처럼 잘 벌어지는 발, 발가락이 발등 쪽으로 잘 휘어지는 발, 발바닥에 아치가 있는 발도 건강한 발이다.》

휘어진 발가락, 뒤꿈치 통증… 당신의 발이 울고 있어요!

무지외반증 98% 완치… 보험 적용돼 수술비도 저렴!

“걷기도, 서 있기도 정말 힘들었어요. 수술을 받고나서 얼굴보다 더 중요한 게 발이란 걸 깨달았어요. 발이 편해져서 그런지 소화와 혈액순환이 잘돼요. 피부도 좋아지고….”

백화점 명품매장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이지영(28·여) 씨의 말이다. 하루 종일 서 있는 데다 늘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근무했다는 이 씨.

시간이 지날수록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고 발 여기저기에 굳은살이 생겼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차일피일하는 사이에 큰 문제가 생겼다. 6개월 전부터 발가락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에 겹쳐지기 시작했다. 걷는 자세도 불편해졌다. 피로가 쉽게 오고 잘 풀리지 않았다. 이 씨는 ‘무지외반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계속 방치하면 허리와 무릎에도 무리가 간다고 설명했다. 무지외반증은 수술 이후 재발률이 2% 정도에 불과하다. 수술 다음 날부터 목발이나 깁스 없이도 보행이 가능하다.

이 씨는 결단을 내렸다. 수술한 지 석 달째인 그녀는 일할 때면 볼이 넓은 편한 신발을 신는다. 가끔 주말에는 기분을 내서 발이 그대로 드러나는 예쁜 신발도 신는다.

○ 여성의 84.8% ‘족궁 기형’

한국 여성의 80%가량은 가벼운 발 질환을 앓고 있다. 많은 여성이 발 질환을 갖고 있지만 ‘무리해서 그런가? 놔두면 나아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좀처럼 병원을 찾지 않는다.

족부전문클리닉인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박의현 소장은 “신발만 신으면 엄지발가락 안쪽이 빨갛게 되고, 발바닥 앞쪽 감각이 무디거나 저리면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는 지난해 5월 경기 부천시 연세사랑병원에서 문을 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족부전문클리닉은 대학병원에만 있었다. 족부만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의사도 많지 않았다. 개원의가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족부전문클리닉인 셈이다.

7월 초부터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연세사랑병원에도 족부센터를 열어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박 소장은 “치료를 위해 지방에서 오는 환자들이 많아 접근성이 좋은 서울 강남에도 족부센터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발이 아파 찾아오는 만큼 병원에 오기도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 최신 수술법으로 무지외반증 재발률 낮춰

무지외반증과 소건막류는 각각 엄지발가락과 새끼발가락에 생기는 질환이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주로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어서 생긴다.

치료는 수술요법과 비수술요법이 있다. 스트레칭이나 약물, 보조기 등으로 고치는 비수술적 요법은 일시적으로 통증이 줄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어지는 질환이다. 돌출된 뼈를 깎고 휘어진 부분을 원래대로 돌려주는 수술을 한다.

단순히 뼈만 깎았던 과거에는 재발률이 30%가 넘었지만, 최근 개발된 이 수술법으로 재발률이 2%로 낮아졌다. 입원기간도 1박 2일로 짧아졌다. 깁스와 목발 없이도 바로 보행이 가능하다.

신발과 접촉하는 새끼발가락 부위가 돌출되고 빨갛게 변하는 증상은 소건막류다. 새끼발가락을 1∼2cm 절개한 뒤 돌출된 뼈를 엄지발가락 쪽으로 밀어주는 수술로 고친다.

이 방법은 외국에서도 3월 발표된 최신 수술법이다.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는 수술 후 통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술 부위에 무통주사를 놓는다.

박 원장은 “무통주사를 맞은 환자들은 고통 없이 밤을 보내고 이튿날에도 큰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증이 덜한 만큼 재활에도 더 적극적이라 회복도 빠르다는 설명이다.

○ 족저근막염, 체외충격파 요법으로 치료

족저근막염은 발바닥의 족저근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 무리한 운동이나 비만 등의 후천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증상이 악화되면 걷기 힘들 정도의 심한 통증을 발바닥에서 느낀다.

초기 족저근막염은 약물치료와 스트레칭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심하면 초음파로 자극을 주는 ‘체외충격파 요법’으로 치료한다.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에 따르면, 올해 3월 주 1회 3회의 체외충격파 치료를 마친 환자들 중 80%가 완치됐다. 박 원장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체외충격파 기계를 사용해 안전성과 효과를 신뢰할 수 있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 의료보험 적용으로 수술비 저렴한 편

족부질환 대부분이 수술 시 ‘발 기형’으로 분류돼 의료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아는 환자들은 많지 않다. 개인 보험에서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환자들이 적은 비용으로도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 원장은 “많은 환자가 의료보험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비용을 염려해 수술을 꺼린다”면서 “발이 아프면 온몸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하루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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