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석 깔아준 포털 책임지는건 당연”

  • 입력 2008년 6월 26일 02시 58분


■ 강지원 前 정보통신윤리위원장 인터뷰

“최소한의 질서유지는 포털 의무

인터넷 윤리 캠페인 벌여야 할때”

“포털사이트는 시골 장터에서 큰 멍석을 깔고 ‘모두들 여기 와서 노세요’ 한 뒤 돈을 버는 사람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놀다 보면 싸움도 일어나고, 도둑질한 사람, 욕설하는 사람, 사기 치는 사람이 생길 수 있죠. 마당을 제공한 사람이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다면 당연히 책임도 뒤따릅니다. 적어도 청원경찰이라도 배치해서 질서유지를 해야죠.”

지난해 말까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강지원(59·사진) 변호사는 2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명예훼손과 불법행위 등에 대해서는 포털사이트가 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받고 무대를 빌려주는 극장에서 고래고래 소리치는 손님이 있다면 관리자가 끌고 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덧붙였다.

강 변호사는 최근 문제가 된 포털사이트 ‘다음’에 실린 ‘광고주 협박’ 게시물에 대해 “누리꾼들이 이것을 소비자 운동이라고 주장하는데, 소비자 운동은 과학적 근거를 갖고 하는 것이지 감정에 치우치면 편파적 정파적 운동이 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좋은 매체, 나쁜 매체로 나눠 자기가 원하는 쪽에만 광고를 하라는 것은 광고주의 매체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선동적인 공격”이라며 “포털사이트에 대한 책임은 피해자의 신고가 있어야 가능한데, 신고가 없더라도 포털사이트가 불법 게시물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한 자체적인 패트롤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로 영화배우 트위스트 김의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김 씨는 성인사이트에 이름이 도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방송 출연도 금지되고, 업소 출연도 금지된 뒤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됐지요. 그 충격으로 그는 우울증으로 자살 시도를 하기도 했고, 현재 뇌출혈로 외롭게 투병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강 변호사는 “트위스트 김의 경우 포털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하면 음란사이트가 뜨게 돼 큰 피해를 보았는데도 포털사이트는 책임이 없다고 발뺌했다”며 “수많은 관련기사가 실렸는데도 신고를 안 했다고 포털사이트가 이를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청소년보호를 위한 활동을 오랫동안 해왔던 강 변호사는 정보통신윤리위원장 시절 ‘사이버 양심 5적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강 변호사는 “인간에게는 선성(善性)과 악성(惡性)이 존재하는데, 평소에는 법과 도덕, 윤리 등의 영향으로 악성을 가라앉혀 맑은 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에만 오면 마치 막대기로 물을 휘저은 듯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온갖 찌꺼기와 쓰레기가 한꺼번에 떠올라 악취가 풍기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세계에서 내가 도둑질, 절도, 욕설을 했다면 끔찍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똑같은 잣대가 통할 수 있도록 인터넷 윤리에 대한 범사회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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