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유전 남녀差 보인다”

  • 입력 2008년 5월 30일 03시 02분


한국인의 정신질환에 미치는 유전의 영향이 남녀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남대 심리학과 허윤미 박사팀은 “한국인 쌍둥이를 조사한 결과 우울증은 여자가, 강박증은 남자가 유전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연구팀은 13∼23세 쌍둥이 490쌍에게 우울증 진단 면접을 실시해 일란성과 이란성 쌍둥이가 서로 얼마나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지를 0에서 1까지의 상관계수로 나타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쌍둥이가 서로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는 뜻이다.

조사 결과 여자는 일란성 쌍둥이의 상관계수(0.41)가 이란성(0.23)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반면에 남자는 일란성(0.44)과 이란성(0.41) 쌍둥이의 상관계수에 큰 차이가 없었다.

허 박사는 “유전자 전체를 공유하는 일란성 쌍둥이의 상관계수가 훨씬 높은 건 그만큼 우울증이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증거”라며 “유전의 영향으로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신질환 전문가인 미국 미네소타대 윌리엄 아이코너 교수는 “실제로 엄마가 우울증상을 보일 때 아들보다 딸이 같은 증상을 나타내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상관계수를 다시 통계분석한 결과 여자의 우울증은 유전의 영향이 41%, 남자는 12%로 계산됐다. 연구팀은 사춘기 이후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호르몬 변화가 더 심해 우울증 유전자의 발현이 촉진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강박증은 우울증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강박증상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될 정도로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반복하는 것.

연구팀은 13∼23세 쌍둥이 791쌍에게 강박증 진단 설문을 실시해 상관계수를 계산했다. 남자는 일란성 쌍둥이의 상관계수(0.56)가 이란성(0.24)보다 두 배 이상 높았고, 여자는 일란성(0.39)과 이란성(0.36) 쌍둥이가 큰 차이가 없었다. 남자가 유전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얘기다.

통계분석 결과 남자의 강박증은 유전의 영향이 53%, 여자는 41%로 나왔다. 연구팀은 남녀가 가진 강박증 유전자가 일부 다르기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강박증 유전자 COMT의 일종인 MET는 남자 강박증 환자에서만 발견된다는 보고도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저널 ‘쌍둥이 연구와 인간 유전학’ 6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정신질환 전문가인 미국 버지니아대 케네스 켄들러 교수는 “동양인을 대상으로 정신질환의 유전적 영향을 밝힌 최초의 연구로 유럽과 북아메리카, 호주 등의 연구와 유사한 결과”라고 밝혔다.

허 박사는 “정신질환의 원인을 가정환경의 탓으로만 돌리는 편견이 아직 많다”며 “유전적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야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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