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 암 초기발견율 4년새 45% → 50%로

  • 입력 2008년 5월 27일 02시 58분


난소-췌장 등 난치암은 대부분 말기 발견

초기발견율 ‘간’ 58% → 63%, ‘위’ 51% → 60%

방광 - 신장암 소변검사로 알기 쉬워 빨리 발견

2003∼2007년 암 확진 9만여명 病期 분석

최근 40대 후반의 남성 A 씨는 병원을 찾았다. 평소 소화불량을 호소하던 A 씨는 위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위 내시경 검사를 받고 2, 3개월 동안 약물을 복용했다.

그러나 체중은 점점 줄었고 몸은 더욱 약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 대형 병원을 찾은 A 씨는 이미 췌장암이 말기까지 진행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현재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A 씨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어떤 암은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생존율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은 암을 최초로 발견하는 시기인 ‘병기(病期)’를 당기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시어 요약 병기’ 방식으로 데이터베이스화가 구축된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의 2003∼2007년 21종류의 암 확진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대상이 된 암은 간암, 갑상샘암, 골수암, 난소암, 뇌암, 담낭암, 대장암, 방광암, 뼈·관절·연골암, 소장암, 식도암, 신장암, 위암, 유방암, 림프샘(임파선)암, 자궁경부암, 전립샘암, 직장암, 췌장암, 폐암, 후두암 등 21개이다.

▽초기 암 발견 늘어난다=‘시어 요약 병기’ 방식은 암의 병기를 초기(0, 1기), 초·중기(2, 3기), 중기(4기), 말기(5∼8기), 불명확(9기) 등으로 분류한다.

분석 결과 2003∼2007년 5년 평균을 냈을 때 46.9%가 초기에 암을 발견했다. 초기 발견 확률은 최근으로 올수록 높아졌다.

2003년 초기 발견 비율은 21개의 암을 평균 냈을 때 45.0%였다. 그러나 5년 사이에 이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49.6%까지 뛰었다.

▽건강검진이 초기 발견 일등공신=특히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5대 암의 경우 초기 발견 비율이 증가했다. 암에 대한 두려움이 5대 암의 건강검진을 늘렸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2003∼2007년 이들 암의 초기 발견 비율을 보면 간암은 5.5%포인트(57.9→63.4%), 위암은 8.5%포인트(51.0→59.5%), 폐암은 4.9%포인트(26.5→31.4%), 자궁경부암은 13.7%포인트(72.6→86.3%), 유방암은 1.9%포인트(61.6→63.5%) 늘어났다.

방광암과 신장암도 대표적인 초기 발견 암으로 꼽혔다. 방광암과 신장암의 경우 소변검사가 병원에서 일상화된 것이 초기 발견을 쉽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홍준혁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오줌에 피가 섞여 나와도 대부분 큰 문제는 없지만 두려움 때문에 정밀검사를 받으면서 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뇌암의 조기 발견률이 높은 데 대해서는 비관적인 해석이 많다.

김정훈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암은 초기에 발견해도 3년 생존율이 8%에 불과할 만큼 급속히 진행되기 때문에 초기 발견 비율이 높다는 것이 사실 큰 의미가 없다”며 “뇌암의 진행을 늦추는 기술 개발에 더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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