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수술중 ‘어웨이크’, 영화에서만 가능?

  • 입력 2008년 3월 31일 02시 57분


‘미국 대기업 총수인 아버지가 숨진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클레이’(헤이든 크리스텐슨)가 어린 나이에 회장이 된다. 그는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해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받아야만 살 수 있다. 클레이는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애인인 ‘샘’(제시카 알바)과 몰래 결혼한다. 그는 마침내 심장이식 수술을 받는다. 하지만 수술 도중 모든 신경과 의식이 깨어나는 ‘마취 중 각성’을 겪게 되는데…

최근 국내에 개봉된 ‘어웨이크(Awake)’의 한 대목이다. 이 영화는 ‘마취 중 각성’을 소재로 삼아 관객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한국 공포영화 ‘리턴’이 같은 소재를 다뤄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전신마취가 된 상태에서 수술 도중 깨어난다는 무시무시하고도 끔찍한 설정은 영화의 흥미진진한 내용 전개를 위해 사용된 것이다.

수술 도중 마취에서 깨어나는 상황이 실제 가능할까? 극히 드물지만 가능하다.

보통 마취는 전신마취, 수면마취, 부분마취로 나뉜다. 수술 중 각성은 전신마취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 수면마취나 부분마취에서는 각성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마취 상태에서 마취기기의 이상, 마취제의 부족, 혈압이나 심박수 이상 등으로 마취제가 의식 소실을 유도할 수 있는 농도 이하로 떨어졌을 때 각성이 발생한다.

의사들은 전신마취 상태에서 수술을 받는 환자가 무의식적으로 움직일 수가 있어 ‘근육 이완제’를 함께 투여한다. 마취에서 깨어난 사람이 의식이 돌아와 모든 것을 듣고 느껴도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건 근육이완제의 영향이다.

최근 병원에 오는 사람을 보면서 마취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과거에는 수술을 앞둔 대부분의 환자는 수술 결과에만 주로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요즘은 마취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는지, 안전한 마취장비와 시스템을 갖췄는지를 먼저 묻는다. 의사가 일반인의 의학 상식에 놀랄 정도다.

수술에 있어서 마취는 기본이자 전부다.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마취가 되지 않거나, 수술 중 마취가 잘못될 경우 결과가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 의료진의 이력, 수술 결과를 담은 사례, 호텔을 방불케하는 화려한 서비스에 환자가 현혹되는 건 말릴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환자 스스로 ‘내가 믿고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안전한 마취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취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지연 원장 압구정서울성형외과 마취센터 마취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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