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우주인 전격 교체…러 “규정위반” 거센항의

  • 입력 2008년 3월 10일 18시 38분


교육과학기술부 이상목(왼쪽) 국장이 백홍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과 함께 10일 과천정부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에 탑승할 한국인 첫 우주인을 고산 씨에서 이소연 씨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
교육과학기술부 이상목(왼쪽) 국장이 백홍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과 함께 10일 과천정부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에 탑승할 한국인 첫 우주인을 고산 씨에서 이소연 씨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
정부가 '최초의 한국인 우주인' 사업과 관련해 발사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탑승우주인을 고산 씨에서 이소연 씨로 전격 교체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교육과학기술부는 공식적으로는 우주인 사업의 주무 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 우주선에 탑승할 우주인을 선택할 최종 권한은 우주인의 훈련과 발사를 책임진 러시아가 가지고 있다.

이번 탑승인 교체로 한국의 '우주인 배출계획'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지도 관심거리다.

●러시아, 규정 위반에 강경 대응

교육과학부 측은 10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 씨와 이 씨의 역할이 바뀐 이유가 고 씨가 러시아가 정한 훈련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교육과학부 당국자는 "고 씨가 러시아 측이 외부 반출을 금지하는 자료를 외부로 유출한데 이어 소지가 금지된 자료를 보관해오다 러시아 측에 적발됐다"고 말했다.

고 씨는 탑승우주인에 선정된 직후인 지난해 9월 짐을 정리해 한국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실수로 일부 자료가 끼어들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다시 러시아 측에 반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지난달 중순에도 러시아가 한국 측에 공개를 꺼려하는 우주선 조종사 매뉴얼을 개인적으로 입수해 보관해오다 러시아 측의 거센 항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항우연 백홍열 원장은 "평소 의욕적이고 목적의식이 강한 고 씨가 우주인 훈련 과정에서 좀 더 공부해보려다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이에 대해 러시아 측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 측은 규정 위반 행위를 반복해서 하는 고 씨의 행동이 실제 우주에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 측의 반발로 고 씨가 훈련센터에서 강제 퇴소될 위기에 처하자 항우연 백홍열 원장이 이달 초 급히 러시아로 날아가 탑승우주인을 이 씨로 바꾸는 수준에서 문제는 일단락된 상황이다.

●뒤바뀐 운명 뭐가 달라지나

항우연은 10일 이 씨와 고 씨에게 e메일과 구두로 역할 변경을 공식 통보했다.

탑승우주인 신분으로 바뀐 이 씨는 이달 7일(현지 시간)부터 고 씨와 팀을 이뤄 훈련받던 세르게이 볼코프(선장), 올레크 코노넨코(주 비행 엔지니어) 씨와 함께 새 팀을 이뤄 훈련을 받고 있다.

이 씨는 지난해 9월 지상 교신임무를 맡은 예비우주인에 선정된 뒤에도 만일에 대비해 탑승우주인인 고 씨와 동일한 수준의 훈련을 받아왔다.

이 씨를 포함한 탑승팀은 최종 탑승 여부를 결정하는 시험이 열리는 이달 17일까지 가가린우주센터에 설치된 모형 소유스 호와 ISS 모듈에서 발사를 대비한 최종 점검을 끝낼 예정이다.

이 씨가 다음달 8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기지에서 소유스 호를 타고 우주로 향하면 한국 최초 우주인은 여성이 차지하는 셈이다.

탑승우주인에서 예비우주인 신분으로 바뀌었지만 고 씨도 이 씨가 소속된 백업(예비)우주인 팀에 소속돼 남은 훈련을 받게 된다. 고 씨의 항우연 선임연구원 신분도 그대로 유지된다.

●이 씨 건강 이상 생기면 무대책

우주인 배출 계획에는 차질이 없다는 정부 측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낙관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부는 이 씨가 이번처럼 고 씨 신변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프라이머리(탑승)팀과 동일한 수준의 훈련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사 직전 이 씨에게 문제가 생기면 이를 대신할 예비우주인이 없다. 고 씨는 예비우주인이라는 신분을 유지하지만 러시아 측의 요구로 실제로는 우주선 탑승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2009년까지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의 탑승 일정이 확정돼 있어 두 사람 다 우주선을 못 타게 될 경우 우주인 배출 사업 자체가 불투명질 뿐 아니라 260억원 상당의 사업비를 날릴 수도 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기자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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