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次세대 컴퓨터칩 소재 제어기술 개발

  • 입력 2008년 3월 7일 02시 46분


미시 세계를 탐구하는 전자현미경으로 연필심을 확대해 보면 켜켜이 쌓인 얇은 판들이 보인다. 탄소 원자들이 판 형태로 얽혀 있는 ‘그래핀(graphene)’이라는 물질이다.

그동안 일반에는 거의 안 알려진 이 탄소 덩어리가 최근 탄소나노튜브의 뒤를 이어 정보혁명을 이끌 ‘차차(次次)세대’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래핀을 통과하는 전자는 방향에 상관없이 항상 초당 10m5 속도(빛 속도의 300분의 1)로 흐른다. 이를 띠 모양으로 얇게 자르면 전자소자에 사용되는 도선으로 쓸 수 있다.

그래핀은 특히 약간만 모양이 바뀌어도 전기적 성질이 수시로 바뀌는 탄소나노튜브보다 훨씬 안정된 물질이란 평가를 듣는다. 과학자들은 그래핀으로 지금의 실리콘 반도체보다 저장 용량이 큰 컴퓨터 칩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래핀을 수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폭으로 얇게 자르려면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한다. 최근 그래핀을 자르지 않고 전기를 일정 방향으로 흘리는 방법을 한국 과학자들이 포함된 국제 공동 연구팀이 알아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물리학과 박철환 연구원과 건국대 물리학과 손영우 교수가 연구팀의 주역이다.

박 연구원은 “그래핀에 전압을 반복해서 가하자 전자가 한쪽 방향으로만 향한다는 사실을 컴퓨터 실험 결과 알게 됐다”며 “별도의 가공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래핀 그대로를 집적회로에 이용하는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 지난달 24일자에 소개됐다.

그래핀은 미국 물리학회(APS)와 영국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가 미래 정보기술을 바꿀 가장 주목할 만한 신소재로 꼽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펴내는 ‘테크놀로지 리뷰’도 얼마 전 그래핀 트랜지스터를 10대 유망 기술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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