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빛내리 교수,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수상

  • 입력 2008년 3월 7일 02시 46분


2008년 로레알-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을 수상한 영예의 얼굴들. 왼쪽부터 이스라엘의 아다 요나트 교수, 미국의 엘리자베스 블랙번 교수, 한국의 김빛내리 교수, 아르헨티나의 아나 엘고옌 교수, 아랍에미리트의 리하드 알가잘리 교수. 사진 제공 로레알
2008년 로레알-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을 수상한 영예의 얼굴들. 왼쪽부터 이스라엘의 아다 요나트 교수, 미국의 엘리자베스 블랙번 교수, 한국의 김빛내리 교수, 아르헨티나의 아나 엘고옌 교수, 아랍에미리트의 리하드 알가잘리 교수. 사진 제공 로레알
마이크로 RNA의 숨겨진 힘 밝혀

‘여성 생명과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2008 로레알-유네스코 세계 여성과학자상’ 시상식이 6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빌딩에서 열렸다.

올해로 10년째인 이 상은 세계 각지에서 위대한 업적을 쌓은 여성 생명과학자들에게 주는 상. 특히 올해는 한국의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아시아를 대표해 상을 받아 의미가 남다르다. 한국 수상자는 1998년 유명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 이후 두 번째.

김 교수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의 리하드 알가잘리(아프리카·중동) 아랍에미리트대 소아과 교수, 이스라엘의 아다 요나트(유럽) 바이츠만 과학연구소 교수, 아르헨티나의 아나 엘고옌(라틴아메리카) 부에노스아이레스대 의대 교수, 미국의 엘리자베스 블랙번(북아메리카)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생화학 및 생물리학과 교수 등 5명이 수상했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여성 과학자의 힘을 보여준 수상자들의 업적을 살펴본다.

□ 김빛내리 교수 : 유전자를 움직이는 마이크로 RNA

RNA는 DNA를 닮은 유전물질이다. 하지만 너무 작고 불안정해 DNA의 명령을 전달하는 도구로만 간주돼 왔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작은 RNA 조각, 즉 마이크로 RNA가 유전자의 기능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생물학의 가장 뜨거운 분야로 떠올랐다.

김 교수는 2002년부터 머리핀 모양의 마이크로 RNA가 세포 안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단계를 비롯해 그 과정에 작용하는 핵심 효소인 ‘드로샤’, 그 효소가 처음 만들어진 긴 RNA를 붙잡아 짧은 마이크로 RNA로 자르는 과정 등을 모두 밝혔다. 이런 업적이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 ‘셀’ 등에 잇따라 발표되며 김 교수는 일약 세계적인 과학자로 떠올랐다. 한국에서도 ‘2007 젊은 과학자상’ 등 여러 상을 휩쓸고 있다.

□ 엘리자베스 블랙번 교수 : 염색체 끝에 웅크린 암과 노화의 비밀

여성 생명과학자 중 노벨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과학자로 꼽힌다. 2007년 타임지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람이 왜 암에 걸리고 나이 들어 늙는지는 생물학 최대의 수수께끼다. 과학자들은 유전자가 들어 있는 염색체의 끝(텔로미어)이 나이가 들어 닳아 짧아지면 노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다고 염색체 끝이 너무 오랫동안 짧아지지 않으면 암에 걸리기도 한다.

블랙번 교수는 1985년 염색체 끝이 닳지 않도록 보호하고 고치는 효소인 ‘텔로머라제’를 발견했다. 이 효소의 기능을 조절하는 방법을 찾으면 인류는 노화와 암의 장벽을 넘어설지 모른다.

□ 아다 요나트 교수 : 단백질 공장의 구조

세포 안에는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공장이 있다. ‘리보솜’이다.

요나트 교수는 20여 년의 오랜 연구 끝에 2000년 거대하고 불안정한 단백질 공장의 3차원 구조를 밝혀냈다. 그녀는 불안정한 리보솜을 결정으로 만들기 위해 리보솜을 영하 185도로 낮추는 ‘극저온 결정법’을 사용해 리보솜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 아나 엘고옌 교수 : 소음을 들어도 귀가 상하지 않는 이유

록 콘서트에 가거나 시끄러운 차 소리를 들어도 귀가 멀쩡한 이유는 무엇일까. 엘고옌 교수는 속귀에 있는 특정 청각 수용체가 시끄러운 소리를 줄여 뇌에 전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수용체가 고장 나면 인간은 청각 장애나 귀가 울리는 이명 현상에 시달릴 것이다.

□ 리하드 알가잘리 교수 : 중동 지역의 새로운 유전병 규명

아랍에미리트는 근친 결혼율이 높아 유전병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가잘리 교수는 1990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유전병을 일으킬 수 있는 15개의 열성 유전자와 새로운 유전병을 밝혀냈다. 또 중동에서 유전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상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파리=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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