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바꿨는데 완전히 달라졌다

  • 입력 2008년 2월 12일 02시 57분


IT업계 디자인-기능 살짝 바꿔 변신… ‘원 포인트 마케팅’ 활발

“사람이 확 달라 보이네. 못 알아보겠다!”

머리 모양을 새롭게 바꾸거나 평소와 다른 옷차림을 시도했을 때 주위에서 이런 얘기를 들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는 근엄하기만 하던 직장 상사가 회식 자리에서 신세대 가수의 춤과 노래를 멋지게 소화해도 사람이 완전히 달라 보인다.

전자·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이처럼 디자인이나 기능 하나를 바꿔 제품 전체를 새롭게 보이게 하는 ‘원 포인트 마케팅’이 활발하다.

○ 보석 박고 색깔 바꾸니 전혀 다른 제품으로

LG전자는 지난해 여름 유명 크리스털 브랜드인 스와로브스키로 장식한 디오스 냉장고를 해외 시장에 본격 수출하기 시작했는데, 그 반응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서 일반 디오스 냉장고보다 ‘스와로브스키 냉장고’가 더 비싼 가격임에도 월등히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보석 장식 하나가 감성적인 여성 고객들을 사로잡았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원 포인트’는 역시 색깔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검은색 고광택의 하우젠 에어컨□1을 선보였다. ‘여름용 가전제품은 하얀색 계통’이란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이 회사 생활가전사업부의 권혁국 상무는 “고객 2명 중 1명이 ‘검은 에어컨’을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주면서 쉽게 질리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덴마크의 명품 홈 엔터테인먼트 브랜드 ‘뱅앤드올룹슨’은 오디오시스템인 ‘베오사운드1’ 신제품□2을 매년 선보이는데, 기능은 그대로 두고 유행 색깔로 ‘컬러 디자인’만 달리한다.

지난해에는 골드 컬러 유행을 반영한 금빛 톤인 옐로 컬러, 올해 초에는 ‘밝은 색상이 인기를 끌 것’이란 전망에 따라 라이트 그린 제품을 내놓았다.

모토로라의 히트폰인 ‘레이저폰’과 LG전자의 명품폰인 ‘프라다폰’도 새로운 색상의 제품을 순차적으로 하나씩만 선보이면서 마치 신제품이 나온 것 같은 효과를 얻고 있다.

프라다폰은 지난해 초 검은색 단일 모델로 첫선을 보인 뒤 1년 만인 최근에야 은빛 실버 제품을 내놓았다.

○ 소비자 반응 좋을 땐 전 제품으로 확대

소니코리아는 지난해 디지털카메라의 액정표시장치(LCD) 창을 90도 회전할 수 있는 ‘DSC-H9’□3를 내놓았다. 이 기능의 도입으로 바닥에 고정된 사물을 촬영할 때 엎드려야 했던 불편함을 해소했다고 한다. LCD 창이 고정된 기존 제품의 월 판매량도 금세 앞질렀다.

폴크스바겐의 ‘뉴 비틀’ 승용차는 여성 고객을 겨냥해 핸들 옆에 작은 꽃병을 놓기도 했다.

이처럼 기존 제품의 색깔 기능 등 특정 요소에 변화를 줘서 판매 수명을 연장하는 마케팅 기법을 ‘타깃 확장’이라고도 부른다.

시장의 호응을 크게 얻은 일부 ‘원 포인트’는 관련 제품군 전체로 확산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2005년 말 일부 드럼 세탁기에 ‘공기로 옷에 밴 냄새 세균 등을 세탁하는’ 에어워시 기능을 장착했다. 2006년 에어워시 세탁기가 전체 판매량의 45%를 차지하는 인기를 끌자 지난해부터는 모든 드럼 세탁기가 이 기능을 달고 있다.

LG전자도 냉장고에만 적용했던 ‘스와로브스키 보석 디자인’이 시장의 폭발적 호응을 얻자 김치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오븐 공기청정기에 이어 휴대전화에까지 이 디자인을 채용했다. 이 회사가 2006, 2007년 2년간 사용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만 2억 개가 넘는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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